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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 인 피플] 뇌과학과 인공지능을 연기하다…연극 '무하유지향'

■ 최귀웅 / 연극 '무하유지향' 연출
■ 이연주 / 연극 '무하유지향' 진영 역

[앵커]
뇌사에 빠진 사람의 뇌에 인공지능을 연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인공지능과 인간을 연결하기 위한 과정을 연구소가 아닌 무대 위에서 만나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줌 인 피플'에서는 연극 '무하유지향'의 최귀웅 연출, 이연주 배우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두 분 어서 오세요.

연극 '무하유지향'. 뇌 과학과 인공지능을 소재로 한 공상과학 연극이다, 라고 들었는데요. 제가 관람 후기를 찾아보니까 대학로에서 볼 수 없었던 연극이다, 이런 평이 있더라고요. 대체 어떤 연극이길래 이런 후기가 나오는 걸까요.

[최귀웅 / 연극 '무하유지향' 연출]
저희 연극 제목이 '무하유지향'인데요. 이 말은 장자 철학에 등장하는 말입니다. 직역하면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 그 무엇도 없는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쉽게 말해서 '유토피아'라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이게 sf 장르인데 이런 동양적인 제목을 붙인 걸 보고 많은 분이 독특하다고 말을 하셨는데 이 연극은 뇌 과학자가 뇌사상태에 빠진 자신의 남편을 깨우기 위해 인공지능을 뇌에 이식하고 남편의 의식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우리 뇌에서 의식이라는 것이 뇌 과학 분야에서 뜨거운 감자인데요. 아직 밝혀진 것이 없어서 그렇거든요.
즉 아무도 가보지 못한 곳이라는 같은 의미로 '무하유지향'이라는 단어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공연은 뇌 과학자들이 인공지능을 가지고 인간의 뇌를 실험하는 이야기를 통해서 인간의 의식이란 게 과연 무엇이고 인공지능하고는 사람이 어떻게 다른가, 이런 질문을 던지면서 재미있게 풀어가는 SF 연극입니다.

[앵커]
네, 연극에서 SF 장르라는 게 참 신선하게 느껴지는데요. 그러니까 뇌 과학자들이 뇌사상태의 환자에게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그런 스토리를 담은 연극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등장인물들이 궁금한데 이연주 배우께서는 어떤 역할을 맡으셨나요?

[이연주 / 연극 '무하유지향' 진영 역]
저희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이야기의 흥미를 위해 과장된 과학자의 모습보다는 조금 더 실제 연구하시는 과학자분들의 모습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요. 물론 SF 장르 특성상 극적인 이야기를 위해서 독특한 인물도 등장을 하기는 합니다.

우선, 제가 맡은 캐릭터는 진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10대 천재 프로그래머인데요. 이 아이는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는 매우 뛰어난 실력을 발휘는 하지만 함께 연구하는 동료나 가족들 간의 관계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느끼는 그런 인물입니다. 이렇게 저희 공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자 나름의 능력과 뛰어난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어려운 부분들은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어요.

예를 들면 실험에 실패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인물도 있고 매우 냉철하고 이성적이지만 남편을 구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는 매우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그런 인물도 있고요. 이런 면에서 볼 수 있듯이 저희 장르가 SF 장르이긴 하지만 그 어떤 연극보다 인간적인 모습을 가진 인물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사람보다는 오히려 기계에 친숙하고 또 오프라인에서의 삶에 더 어려움을 느끼는 그런 캐릭터네요. 미래에도 있겠지만, 현실에서도 존재할법한 그런 캐릭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뇌 과학을 주제로 한 연극이잖아요. 아무래도 좀 준비하시면서 어려움이 있으셨을 것 같은데 어떠셨어요?

[이연주 / 연극 '무하유지향' 진영 역]
우선 전문용어나 전문 지식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그런 대사들이 좀 많아서 힘든 부분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S1, V1, 변연계와 같은 단어들이나 EPR, P300과 같은 그런 기술 관련 용어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생소해서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캐릭터를 연구하기 전에 사전작업이 좀 길었는데 과학, 뇌 과학 전문 서적이나 어떤 전문 자료들을 통해서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뇌의 어떤 부분들이 어떤 기능을 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알게 되었고, 그리고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좀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딥러닝'이나 '머신 러닝'처럼 구체적인 지식을 배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이런 용어들이 친숙하고 재밌게도 느껴집니다.

[앵커]
다음에는 혹시 인공지능 전문가로 이 자리에 다시 오시는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이연주 배우 못지않게 최귀웅 연출가께서도 많은 공부와 기초지식이 필요했을 것 같거든요.

[최귀웅 / 연극 '무하유지향' 연출]
그렇죠. 아무래도 과학을 다루고 있으니까요. 배우, 저 포함해서 작가, 스태프들 다 어느 정도 기초과학을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특히 과학자분들이 어떻게 사고방식을 하는지 개인적인 꿈이나 고민, 그런 생활방식,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는데요. 그래서 연습 초반에 상당 부분을 같이 책도 보고 최신 논문도 읽고 같이 공부하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했습니다. 아무래도 모두한테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까 개념하고 용어들을 이해하는 데 집중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을 준비하면서 고민이 계속됐던 게 '이렇게 어려운 과학 지식과 정보를 통해서 관객들한테 어떻게 하면 쉽게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그러니까 관객은 극장에 들어올 때 공부를 하러 들어오는 게 아니니까. 연출로서는 이 지점이 계속 큰 숙제였어요. 그래서 연습하면서도 스스로에게도 그렇고 배우들에게도 계속 물어봤던 게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한 번 딱 봐도 알겠느냐, 도대체, 이 사건과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가?’였습니다. 최대한 쉽게 풀고, 등장인물들이 거리가 먼 딴 세상 사람들이 아니라 우리 옆에 있는 우리랑 같이 생활하고 숨 쉬고 있는 그런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게 노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어떻게든 관객하고 거리감을 많이 좁히려고 노력을 한 것 같아요.

[앵커]
그래서인지 전문적인 자료조사를 기반으로 수년에 걸쳐서 대본을 고치고 완성시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셨다고 들었는데, 그럼 배우님께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이번 연극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다면 알려주시죠.

[이연주 / 연극 '무하유지향' 진영 역]
저희 작품에 등장하는 이런 말이 있어요. "인간의 세포는 100조 정도로 구성되어 있고, 그 세포 어디에도 의식이라는 건 들어 있지 않다. 그런데 특이한 건 이 세포가 다 구성되면 의식이라는 게 생긴다." 저는 이 말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저희는 지금 깨어있고, 느끼고, 행동하고, 이 모든 것을 의식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이 의식이 어떻게 생겨났는지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수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인공지능은 있지만, 인공 의식은 만들 수 없다는 거고요.

그래서 저희가 사는 세상은 유전자를 조작하고, 복제하는 그런 엄청난 세상에 살고 있는데 이 '의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설명할 수가 없고 그래서 여러 분야에서 아직도 활발하게 연구를 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요. 뇌에 대해서 세포 단위까지 볼 수 있고, 이해할 수 있지만, 인간의 의식이 어떻게 생기고 없어지는 것인지에 대해선 아직도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다. 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앵커]
그러면 연출자분께서는 이 연극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도 듣고 싶은데요.

[최귀웅 / 연극 '무하유지향' 연출]
요즘 시대를 보면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운 감정도 존재하고 더 크게 발전하겠다는 기대감이 공존한다고 생각을 해요. 단순히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과학기술에 대해서도 막연하게 공포가 있고 잘될 것 같다는 기대가 공존한다고 생각을 하는데요. 결국, 과학을 다루는 것은 저희 사람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인공지능을 가지고 사람을 도와주고 살릴 수도 있고 전쟁에 나가서 다 죽여버릴 수도 있고 그런데.

그것은 인공지능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 그것을 만든 사람들이 각자 선택을 하는 건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과학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들을 좀 하고 싶었습니다.

[앵커]
얘기를 들을수록 흥미로운 연극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앞으로의 두 분의 계획 한마디씩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배우님부터 말씀해 주시죠.

[이연주 / 연극 '무하유지향' 진영 역]
제가 요즘 스스로 많이 하는 말이 '순간순간을 소중히 하자'라는 건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지 않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이런 것 때문에 하루하루를 불안 속에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러한 시간을 겪다 보니까 지금의 결론은 '오늘이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하루를 감사하고 소중하게 살아가자, 라는 건데 그게 '현재' 저의 삶이자 배우로서의 목표이고요. 그래서 이 '무하유지향'을 통해 열심히 연습하고 고민하면서 저의 연기를 확장시키고 배우로서 다양한 색깔을 찾을 수 있게끔 노력하는 게 저의 계획이자 목표입니다.

[앵커]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해서 산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앞으로 이연주 배우의 많은 활동이 기대됩니다. 그렇다면 최귀웅 연출가님은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최귀웅 / 연극 '무하유지향' 연출]
요즘 콘텐츠들이 유튜브를 보면, 편리하게 소비되잖아요. 오히려 연극'이라는 게 굉장히 매력이 없어 보일 수 있는데, 저는 오히려 장점이 많고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제 저는 작품을 계속하면서 이렇게 작품을 하고 한 번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관객을 만날 수 있고 장기적으로도 계속 공연을 이어갈 수 있게 노력을 계속하고 싶고 공연이나 연극을 통해서 이 사회에 좀 필요한 이야기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계속하면서 살고 싶어요.

[앵커]
네, 오늘 말씀을 들어보니까 최첨단의 과학에 인간의 감정을 녹여내는 작품을 만들어가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사실 요즘에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연극계에도 타격이 크잖아요. 이런 사태가 하루빨리 진정돼서 좋은 작품을 많은 분들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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