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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학개론] '블랙 아이스' 유발하는 치명적인 '어는 비'

■ 반기성 /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앵커]
'도로 위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기상 현상이 있습니다. '블랙 아이스'라고 불리는 살얼음 현상인데요. 경찰청이 발표한 최근 5년간 겨울철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블랙 아이스로 인한 사망자는 706명으로 눈길 사고보다 4배나 많았다고 합니다.

블랙 아이스를 유발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대처 방법은 없을까요? 오늘 '날씨학개론'에서는 '블랙 아이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과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지난달에 이어서요. 얼마 전에도 블랙 아이스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문제는 이런 사고들이 매년 반복이 된다는 점인데요. 우선 블랙 아이스, 어떤 기상 현상 때문에 발생하나요?

[인터뷰]
블랙 아이스가 만들어지는 기상 조건은 크게 세 가지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이 내렸다가 녹으면서 새벽에 얼어붙는 경우고요. 이제 눈이 바로 얼어붙는 길은 하야니까 잘 보이죠. 그래서 우리가 이제 보통 조심하게 되는데 눈이 녹아서 물이 되었다가 다시 얼어붙은 도로는 상당히 투명한 얇은 얼음입니다. 그러니까 자동차에서 보면 그냥 얼음으로 보여요. 운전자가 볼 때는 까만 아스팔트일 뿐이거든요. 그래서 조심하지 않고 운전하면 대형사고가 발생하는 거죠.

두 번째가 블랙 아이스가 발생하는 이유는 고지대에 안개가 짙게 끼었을 때 안개가 도로 면에 얼어붙어서 블랙 아이스를 만드는 경우입니다. 이 현상은 제가 직접 목격했던 현상이기도 한데요.

제가 이제 계룡산의 밀목재를 새벽에 넘어가는 중이었는데 앞에 가던 대형트럭이 밀려 내려오는 거예요. 깜짝 놀라 브레이크를 밟으니까 그대로 제 차도 도는 거예요. 죽었구나! 그랬거든요. 다행히 위에서 밀려 내려오던 트럭이 계곡이니까 그 옆에 난간이 있지 않습니까, 난간에 걸렸어요. 그래서 살아난 기억이 있는데 차에서 내려보니까 정말 도로가 얼마나 매끄럽고 투명한지 정말, 이게 블랙 아이스구나, 그것을 깨달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앵커]
정말 상상만 해도 아찔한 상황인데요. 저도 운전하다 보니까 도로가 예상치 못하게 미끄러운 경우가 간혹 있더라고요. 지금 두 가지를 말씀을 해주셨는데 마지막으로 세 번째 블랙 아이스가 발생하는 기상 현상, 그 세 번째 원인이 뭔가요?

[인터뷰]
블랙 아이스가 발생하는 세 번째 기상 현상이 '어는 비'입니다. 이게 이제 통상 여기에 대해서 아시는 분들은 많지 않은데, 이 현상이 블랙 아이스를 가장 많이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것은 뭐냐면요. 어는 비는 빗방울이 지표면 또는 비행 중의 항공기 등에 얼어붙는 비, 이것을 어는 비라고 불러요. 그래서 '착빙성 비'라고도 부르는데 비가 물체에 닿는 즉시 꼭 유리면과 같이 코팅된 모습으로 얼어붙기 때문에 표면이 굉장히 균질하고 매끈하고 투명한 얼음층이 만들어져요. 그러니까 어는 비란 대기 중에서 비로 내리다가 물체에 닿으면 바로 얼어붙는 비라고 할 수 있죠.

[앵커]
네, 이렇게 블랙 아이스를 발생시키는 세 가지 기상 조건을 알아봤는데요. 실제로 상주-영천 고속도로나 합천에서 일어난 블랙 아이스로 인한 사고를 봤을 때 공통점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찾아보니까 사고 당시 기온이 영하 1도 안팎이었는데 눈이 아니라 비가 내렸다고 합니다. 보통 영하권으로 떨어지면 눈이 내려야지 정상 아닌가요?

[인터뷰]
실제로 당시 내린, 당시는 비로 내렸는데 눈이 아니라, 이거는 이제 영하권이더라도 대개 방출되는 잠열이 있기 때문에 눈이 아니라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내린 빗방울도 대기 높은 상공에서 생성됐을 당시에는 눈이었을 거예요. 그런데 이게 떨어지는 중간에 따뜻한 공기층을 만나게 되면 녹거든요. 그래서 이제 비로 바뀌었던 건데요.

그런데 지면 부근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영하권이었단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온이 다시 뚝 떨어지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비가 떨어지다가 비의 상태 그대로 일단은 다시 눈으로 얼어붙을 시간은 없죠. 지표면 근처는 춥지만, 영하권이지만.

그러니까 그대로 땅에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는데 이런 비는 보통 비와는 다른 성질을 가져요. 온도가 섭씨 0도 이하이긴 한데, 얼지 않는 '과냉각' 상태인 건데요. 과냉각 물방울은 약한 충격만 가해져도 즉시 얼음으로 바뀌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는 비가 잘 발생하는 지역은 지표면에 냉각이 쉽게 일어나는 곳, 산악형 지역이라든가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형 지역이라든가 또는 교량, 이런 것들이 여기에 해당 되는데요. 이런 어는 비가 도로에 내려버리면 바로 얼어붙어서 살얼음을 만드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부르는 블랙 아이스입니다. 그러니까 사실 겨울 아침 운전을 이런 지역으로 하시는 분들은 비나 눈이 내린 후 혹은 안개가 짙게 끼었을 경우에는 서행 운전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앵커]
필수겠네요. 마치 도로에 슬러시를 뿌려놓은 것처럼 미끄러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어는 비는 물체에 닿자마자 얼어붙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도로에 내리게 되면 도로가 바로 빙판길로 변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다면 어는 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건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일단 대기의 구조에 따른 강수 형태를 좀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림을 보시면 검은색 실선은 0℃이고요. 이 선의 좌측에 공기가 있으면 영하권이고 우측에 있으면 영상권입니다. 파란색은 대기의 기온선으로 지상부터 상층까지 공기의 온도 상태를 보여주죠. 우측 눈을 보면 대기의 기온선이 지상부터 상층까지 전부 영하권에 있죠. 이 경우에는 눈이 내립니다.

우측에서 두 번째 그림은 싸라기 눈이 내리는 형태인데요. 대기 중층은 영상권이기 때문에 빗방울이 내리다가 지상 근처에서는 영하권으로 기온이 내려가는데 눈이 되기까지 층의 두께가 얇기 때문에 눈보다는 싸락눈이 내리게 됩니다.

우측에서 세 번째 그림이 바로 어는 비가 내리는 상태입니다. 싸락눈과 비슷해 보이지만 영상권의 고도가 지상 근처까지 더 넓습니다. 지표 부근에 영하의 층이 있지만, 그 두께가 크지 않아요. 따라서 내리던 비는 싸락비보단 얼어붙지 못한 상태로 지면까지 떨어집니다. 그런데 이때 지표면의 기온은 영하이거든요. 따라서 지표면과 부딪친 비는 바로 도로에 얼어붙게 되는 것이죠.

가장 좌측이 비가 내리는 형태로 지상부터 상층까지 영상권에 있어서 비가 내리는 형태입니다. 사실 올해 겨울도 유난히 따뜻한 날씨 속에 눈 대신 비가 내린 날이 많았지 않습니까, 전문가들은 이런 기후 변화가 향후 어는 비의 발생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 말은 블랙 아이스의 가장 큰 원인이 되는 어는 비가 내리는 그런 이유가 기후변화의 영향도 크다, 이런 말씀이신데, 어는 비는 그러면 우리가 예측할 수는 없나요?

[인터뷰]
어는 비는 특수한 기상 조건에서, 또 일부 지역에서만 발생을 하기 때문에 어는 비의 예측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측이 불가한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과거 공항이나 도로 등에서 어는 비의 피해가 잦았던 미국 같은 경우는 예보를 현재 시행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상학회 변희룡 명예회장의 논문에 따르면 미국 기상 당국은 슈퍼컴퓨터 예측 모델로 계산해서 어는 비의 발생 확률이 15% 이상만 나와도 발생할 것으로 간주해서 경계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발생확률이 낮고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실제 발생하면 정말 큰 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경고 차원에서 정보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 기상청도 국립기상과학원 등을 통해서 예측 시스템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아직은 정확한 예보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는 못한 형편입니다.

[앵커]
미국의 경우는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지금 대처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우리도 서둘러서 예보 시스템을 갖추면 좋겠습니다. 어는 비는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신 블랙 아이스로 인한 2차 사고라든지 어떤 사상자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건가요?

[인터뷰]
현재 이제 전국 고속도로와 일반국도의 상시 응달 지역 또 안개 지역, 교량 등 취약 관리 구간을 2배 수준으로 확대해서 관리하겠다는 겁니다. 이런 취약 구간에는 염화칼슘과 물이 혼합된 자동 염수 분사 시설을 늘리고요. 취약관리구간 일부에는 노면에 홈을 파는 '그루빙'을 한다고 해요. 그루빙을 해놓으면 도로 표면의 얼음이 차량이 움직이는 것에 따라 흘러 다니다 제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사고 빈발 구간에는 도로 열선을 시범적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또한, 인공지능 기반의 스마트 CCTV 500대를 설치해서 결빙 사고와 역주행 등 돌발상황을 살피고, 사고 후 30초 이내에 관련 정보를 내비게이션 앱을 통해서 운전자에게 전달하는 그런 기술도 도입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특히 결빙구간에서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는 과속이나 과적 차량 관리를 위해 단속 장비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고 합니다.

[앵커]
뿐만 아니라 운전자 역시도 대처요령을 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은데요. 블랙 아이스가 생긴 도로를 지나다가 차가 미끄러지게 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요?

[인터뷰]
핸들 중심을 유지하면서 방향을 틀지 말고 그대로, 흘러가는 쪽으로 그대로 가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이것은 아주 위험할 때 하는 요령이죠. 빙판길에서는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 (ABS) 이 잘 작동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 밟았다 뗐다를 반복하는 '펌핑 브레이크' 효과가 있다고 하고요. 이 외에도 스노타이어를 장착하거나 또 뒤에서 오는 차량이 정차 상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비상 경고등 켜기, 후속 추돌을 피해서 사고 현장 앞으로 대피하기 등의 대처법이 있습니다.

[앵커]
도로의 블랙 아이스 현상이 나타나면 일반 도로보다 무려 14배나 미끄럽다고 하더라고요. 정부의 실효성 있는 대책과 함께 운전자 개인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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