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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연구소] 영화 '기생충'으로 알아본 빈부 격차의 심리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우리나라는 빠른 경제 성장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해졌는데요. 계층 간의 갈등이 계속되면 어떤 문제가 나타날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영화 기생충으로 알아본 빈부 격차의 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앵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큰 화제가 되었고, 5월 30일에 개봉했는데, 아직 2주가 안 됐는데도 불구하고, 관람객 700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을 달리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 못 봤지만요, 영화 내용을 보면 사회 양극화가 주제더라고요. 어떻게 보셨나요?

[인터뷰]
사실 저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대신 주변 분들에게 자세히 이야기 들었는데요. 사실 영화를 보며 웃다가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 또 어떨 때는 화가 난다며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영화라는 관객 평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이게 한국 사회의 현실을 잘 반영한 영화라 여러 가지 감정을 불러일으킨 모양입니다.

[앵커]
두 분을 포함해서 아직 못 보신 분들을 위해서 스포일러는 자제하도록 하고요. 이게 현실에 기반을 둔 영화라 그런지 기분이 '씁쓸했다', '착잡하다'라는 반응도 적지 않습니다. 저조차도 그랬고요. 이런 심리는 어디에서 기인한 걸까요?

[인터뷰]
아무래도 말씀하신 것처럼 영화 '기생충' 자체가 빈부 격차로 인한 사회 계층 간 갈등이 주제잖아요. 그 주제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그런 것도 있는데요.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한국 사회는 많은 문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따르면 영화에서 나타나는 두 개의 대비되는 주제가 있죠, 하나는 가난한 동네의 반지하에 사는 '기택(송강호)'의 가족과 잘나가는 벤처기업 대표인 '박 사장(이선균)'의 지상의 저택이 교차해서 나타나는 거죠.

반지하 집 같은 경우 햇빛이 잘 들지 않는 반면에 대저택에서 거실 통유리로 햇살이 쏟아지는 박 사장의 집을 보여주니까 대비된다고 보여집니다. 게다가 대저택까지 가려면 반지하 방에서 올라가는 가파른 계단들이 있잖아요. 그 계단들 자체가 빈부격차가 극심한 한국 사회를 나타내는 하나의 은유적인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계층이동의 사다리를 타기 쉽지 않잖아요. 노력하고 발버둥 쳐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위로 올라가기 어렵다는 것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잔인한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사람들은 불편하고 착잡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앵커]
영화에서 불편함을 느꼈다면, 실제로도 우리 사회가 빈부 격차가 심하다고 공감하는 분이 많다는 이야기겠죠?

[인터뷰]
네, 그래서 제가 찾아보니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인데요.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소득 격차가 크다고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성공하려면 처음부터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요. 사실 평등성과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강한 것 같습니다.

같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보니까, '사회통합 실태 진단 및 대응 방안 연구'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의 소득 격차는 너무 크다'는 의견에 '매우 동의'가 39.7%, '약간 동의'가 45.7%, 이 둘을 합치니까 85.4%가 소득 격차가 크다고 보는 거죠.

동의도 반대도 아니다는 11.9%였고, 약간 반대다라는 의견은 2.5%, 매우 반대라는 의견은 0.2%에 불과했습니다. 소득 격차가 상당히 크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앵커]
그런데 이런 사회의 양극화가 문제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요?

[인터뷰]
네, 그게 좀 걱정인데요. 실제로 세계일보가 전국 중고교에 재학 중인 남녀학생 약 4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했어요. 질문은 '가정형편이 학업 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가?' 라는 질문에 37.7%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요. 18.8%가 그렇다, 합치면 이게 56.5% 거든요, 절반 이상이 그렇다고 느끼는 거고요. 그에 반해서 20.7%가 보통이다, 13.3%가 아니다, 9.5%가 매우 아니다, 상당히 가정형편이 중요한 거라고 판단한 거잖아요. 사실 가정형편은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도의 차이, 잘 사는 친구가 인기도 많다는 거죠, 그리고 장래 희망에도 영향이 있다고 답변을 했죠.

[앵커]
보니까 최근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이런 면을 노골적으로 보여준 것 같기도 한데요. 청소년들이 가정형편에 따라 또래 친구들을 차별하는 경향의 원인이 부모에게 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인터뷰]
사실 부모의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우잖습니까? 어떤 부모님 같은 경우 만약에 아이가 만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집 가정형편은 어떠냐?, 부모님은 뭘 하시니?, 학력은 어떠니?' 이런 걸 물어본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비슷한 계층끼리는 서로 친해지고, 잘 못사는 애들 같은 경우에는 같이 어울리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그걸 보고 배워서 잘 못사는 아이들을 보면 따돌리는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실 여기서 생각해 볼 건 뭐냐면 부모 입장에서 그렇게 하면 아이에게 좋을 것 같지만, 아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우리도 가정형편이 안 좋아지면 나도 저런 대접을 받겠구나', 이런 일종의 공포가 생길 수 있고요. 또 하나는 나보다 조금 못사는 집안을 봤을 때 형편이 다르다고 해서 저건 틀렸다고 하는 편협된 사고를 가지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공포심과 편협된 사고 말씀해주셨는데, 이뿐만 아니라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느끼고, 빈부 격차를 통해 차별을 받을 때 좌절이나 우울감 같은 부정적인 심리도 겪게 되지 않을까요?

[인터뷰]
네, 너무 대비돼서 가난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너무 잘 사는 사람들을 볼 때 상대적 박탈감이 크잖아요, 그러다 보면 자포자기하게 되거나 절망감을 느끼게 되면 우울해지게 되고, 심지어 생활고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시는 분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사회가 불평등하다고 느껴지면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사람이 있어요. 이렇게 극단적으로 가게 되면 묻지마 범죄라든지 이런 것들이 생기게 되면 함께 살아가는 우리 공동 사회에서는 상당한 불안 요소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회 계층 계급 간의 갈등이 너무 심하다는 거예요. 노사갈등도 심하고 이익집단 간의 갈등도 심하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되면 결국 '정부는 뭐 하는 거냐'라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라든지 부정적인 사회 분위기, 이런 쪽으로 이어 나갈까, 염려됩니다.

[앵커]
빈부 격차로 인해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사라지고,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는 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생이 아닌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을까요?

[인터뷰]
이게 참 쉽지 않은 문제이긴 하지만, 제가 생각해 볼 때는 경제적인 문제에서는 첫 번째로 부의 대물림, 이런 것들을 재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지금도 하고 있지만, 상속세나 증여세 같은 부분을 조금 더 강화할 필요가 있겠고, 문제는 그때부터 생기는 세수를 보다 사회 인프라라든지 사회의 중요한 곳에, 귀중한 곳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두 번째로 무엇보다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지금 우리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문제잖아요. 근로 참여할 때 기회 자체가 균등하게 보장하는 것, 그런 것들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 현재 정부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근로 장려에 관한 체재를 확장할 필요가 있고요. 실업 수당이라든지 취업 훈련에 대한 문제도 강화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다만 실업수당을 받게 되면 일을 조금 하다가 그만두고, 다시 수당을 받고, 이런 식의 편법은 작용하지 않도록 정책적으로 배려해야 할 것 같고요.

무엇보다 의식적인 측면에서 볼 때 부자나 잘사는 사람이 사회적 약자라든지 서민을 조금 더 배려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문화 같은 것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높은 사회적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실천할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사실 서민의 입장에서 볼 때도 그저 부자를 보면 부정부패라든가 타도할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정말 열심히 살고, 사회에 많이 기여하는 부자에 대해 이해하고, 인정하는 문화도 같이 동반됐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영화 속에서 빈부 격차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이 계단을 누구나 자유롭게 올라가기 위해서는 말씀하신 것처럼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여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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