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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매거진] 순환 경제의 첫 걸음…환경부 등급 기준 개정

■ 허정림 / 환경공학 박사

[앵커]
재활용 폐기물 관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지속가능한 순환 경제'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환경부에서도 페트병을 포함한 9개 포장재를 재활용하기 쉽게 개정했다고 하는데요.

오늘 <에코 매거진>에서는 허정림 환경공학 박사와 함께 '포장재 재질 기준이 어떻게 변경되었고, 그에 따른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최근 환경부에서 '포장재 재질 구조개선 등에 관한 기준' 개정안을 확정했다고 하는데, 이게 정확히 어떤 내용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인터뷰]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유색 페트병이 단계적으로 무색으로 전환됩니다. 소비자가 분리배출 할 때 병에 붙은 라벨을 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생산하는 업체도 늘어날 전망인데요.

개정안에는 9개 포장재를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등급 기준 등을 새롭게 마련하고 실천 업체에 혜택을 제공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9개 포장재는 페트병을 포함해 종이 팩, 유리병, 철 캔, 알루미늄 캔, 합성수지 단일재질 용기, 트레이류 등이 포함되었습니다.

또한, 알약 포장재, 수액 팩, 전자제품 포장 등에 이용되나 재활용이 어려운 폴리염화비닐 등 재질도 2020년까지 재활용이 용이한 페트병 등의 재질로 교체됩니다. 국내 재활용 여건과 외국 사례 등에 대한 연구용역, 업계와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기존 1~3등급에서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으로 변경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재활용을 쉽게 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목적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그런데 환경부에서는 '매년 사용량이 늘고 있는 페트병의 재활용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특히나 페트병의 재활용성을 높이겠다는 게 목적인데, 페트병 사용량이 늘어나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늘고 있는 페트병 사용량이 환경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인터뷰]
페트병 사용량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요. 환경부에 따르면 페트병 생산량이 2014년 기준 22만 4,754t에서 2017년 28만 6,325t으로 3년 사이 27%나 늘었습니다. 다행히 페트병은 분리 배출 비율이 80%로 매우 높은데요. 문제는 분리 배출률에 비해 재활용률이 낮다는 점입니다.

일단 종이 라벨의 경우 페트병에서 떼어내기 위해서 세척공정을 거쳐야 하는데요. 이때 사용되는 세척제가 수질오염을 일으킵니다. 또한, 종이찌꺼기는 분해 과정이 길고, 막힘 현상이 발생해 재활용 공정을 어렵게 만듭니다. 페트병에 직접 상품명 등을 인쇄하면 잉크가 녹아 나와 재생원료의 품질을 떨어트립니다.

[앵커]
그럼 그동안 유색 페트병의 경우는 어떤 부분이 문제였던 건가요?

[인터뷰]
화려한 색상의 유색 페트병은 무색 용기와 혼합 시 재생원료의 품질이 저하되는데요. 투명한 무색 페트병이 시장성이 좋은데 아직도 재활용 재료가 되는 폐페트병 중 25~30%는 유색이라 쉽지 않습니다. 통상적으로 고급 페트병은 스포츠 웨어를 만들고 저급품은 인형 내장재나 부직포 등으로 사용됩니다.

폐페트병은 사용처가 다양하지만, 재활용이 쉽지 않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페트병 중 재활용이 가장 쉬운 1등급 제품은 1.8% (2015년 기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환경부와 재활용 업계에 따르면 연간 페트병(무색 유색 복합재질 등) 출고량은 30여만 톤에 달합니다. 하지만 이 용량이 모두 재활용되는 것은 아니고 아까운 재료들이 그냥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것입니다.

[앵커]
그래서 유색 페트병도 원칙적으로는 금지해나갈 방침이고요. 재활용 등급 기준이 기존에는 1~3등급 표시에서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이렇게 4개의 등급으로 나뉘었다고 말씀해주셨는데 이렇게 세분화한 대에는 어떤 이유가 있나요?

[인터뷰]
현재 포장재는 재활용 용이성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뉘었는데요. 지금까지 등급 판정은 권고사항이라 반드시 받을 필요가 없었습니다. 업체 입장에서는 1등급을 받아 친환경 업체라는 점을 홍보하는 것 말고는 별 이익이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포장재 재활용 등급 기준을 최우수, 우수, 보통, 어려움 등 4단계로 세분화했고, 등급을 외부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했습니다.

[앵커]
외부에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그런 포장재 재활용 등급 기준에서 높은 등급을 받기 위한 조건은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
페트병의 재활용성을 높이려면 몸체가 무색이어야 하고, 라벨은 재활용 과정에서 쉽게 제거될 수 있는 재질, 구조로 생산되어야 합니다. 또한, 페트병 라벨의 우수 이상의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분리배출 시 라벨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도록 절취선 등을 도입해야 합니다.

또한, 소비자가 분리 배출하지 않는 라벨은 재활용 세척공정에서 쉽게 제거되도록 물에 뜨는 재질을 사용해야 하고요. 부득이하게 접착제를 사용할 때는 열 알칼리성 분리 접착제만 사용하고 바르는 면적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환경부는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물에서 분리될 수 있는 라벨을 사용하는 페트병에는 '최우수'등급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에 따라 2020년부터 음료, 생수병용으로 생산되는 페트병은 유색에서 무색으로, 라벨의 일반 접착제는 비접착식 또는 열 알칼리성 분리 접착제 방식으로 단계적 전환이 이뤄집니다. 이미 롯데칠성음료와 광동제약 등 19개 업체는 올해 말을 목표로 유색 페트병을 무색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앵커]
최우수 등급을 받기 위한 조건들 말씀해주셨는데, '어려움' 등급은 어떨 때 적용되는지 궁금하고요,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에는 어떤 혜택이 주어지나요?

[인터뷰]
지금 말씀드린 것처럼 '어려움' 등급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은 와인병처럼 짙은 색상이 들어간 유리병이나 멸균제품을 포장하는 데 사용하는 알루미늄이 덮인 종이 팩 등은 재활용 '어려움' 등급을 받게 됩니다.

외부에 재활용 용이성 등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게 하면 생산업체가 부담을 느낄 수 있죠. 향후 평가등급별로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 분담금을 차등해 재활용 최우수 등급 생산 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네, 그런데 갈색 페트병을 사용하는 맥주 업계에서는 무색 페트병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진행 중인가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맥주의 주성분인 홉은 빛에 노출되면 맛, 냄새 등 제품 품질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맥주 업체들은 두꺼운 갈색 페트병을 개발해 사용해왔습니다. 그러나 이 페트병은 나일론이나 철과 같은 불순물이 포함되어 있어서 재활용이 어려운데요. 환경부는 이런 입장을 고려해 당분간 맥주 페트병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페트병을 캔이나 유리병으로 대체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합니다. 구체적인 맥주 페트병 퇴출 방안은 업체별 상황을 고려해 올해 하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이번 조치로 일회용 컵, 비닐봉지에 이어 페트병까지 규제 대상이 되는데요. '너무 급하게 변화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목소리와 함께 현장에서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들리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가요?

[인터뷰]
페트병에 앞서 시행한 일회용 컵이나 일회용 비닐봉지 규제도 업종별, 제품별, 사업장 규모별 적용기준을 너무 세분화하면서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현장에서 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새해 첫날부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됐고, 계도 기간이 지난 3월 말로 끝나 위반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요. 환경부는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협조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비닐봉지 사용금지 대상에 해당하는 165㎡ (약 50평) 이상 마트에 계산대 옆에 부착할 수 있는 안내 스티커 배포를 완료한 게 전부입니다. 또 여전히 규모가 작은 로컬 커피숍에서는 예전과 변함없이 일회용품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일회용품 사용제한이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지만, 무조건적인 금지 정책이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앵커]
이런 환경 대책이 일부 성과는 보이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먼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인식변화가 아닐까 싶은데요. 소비자가 환경에 대한 인식을 변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까요?

[인터뷰]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생산단계에서부터 재활용, 즉 재생을 고려하도록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소비자가 과대포장이나 유색 페트병을 거부하는 움직임을 보일 때 바뀔 수 있다는 것이죠. 그래서 플라스틱 소재를 줄이는 것이 인류의 생존과 직결된다는 점을 꼭 기억하고 정부의 노력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시길 바랍니다.

[앵커]
생산단계에서부터 기업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이런 재활용품의 분리배출을 잘하려는 시민사회의 노력도 함께 뒷받침되어야겠죠?

지금까지 허정림 환경공학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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