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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를 보면 인생이 보인다…생물인류학자 우은진 교수

■ 우은진 /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앵커]
사람의 뼈를 통해 그 사람의 삶을 추측하고 인류의 진화를 연구하는 학문이 있습니다. 바로 생물인류학 중 '사람뼈대학' 분야인데요. 우리 생각보다 뼈를 통해 정말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오늘 <탐구인> 시간에는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우은진 교수와 함께 뼈에 숨겨진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앵커]
먼저 뼈를 통해 각종 정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일명 ‘닥터 본즈’라고 하는데, 교수님께서 이 분야를 연구하고 계신 거죠?

[인터뷰]
네, 그렇습니다.

[앵커]
어떤 것들 구체적으로 하고 계신가요?

[인터뷰]
제가 하는 연구는 생물인류학 분야의 연구입니다. 생물인류학이라고 하면 굉장히 생소하게 들리실 텐데 쉽고 간단하게 말씀 드리자면, 생물인류학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동물 종으로서 사람이 갖는 생물적 특성을 연구하고 분석하는 학문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 안에 다양한 분과학문이 있고요. 그중에서도 '사람뼈대학' 분야의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뼈대학'은 말 그대로 사람의 뼈를 연구자료로 하고 있고요, 사람의 뼈를 통해서 생전의 정보를 가능한 많이 얻어내는 분석과 연구를 한다고 보시면 돼요.

[앵커]
'사람뼈대학', 정말 이름만 들어도 생소한데요. 사실 역사학 전공자 중에 뼈를 만지면서 연구하는 분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교수님은 어떤 계기로 이런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인터뷰]
국내에는 많지 않은데요. 제가 맨 처음 뼈를 본 건 대학교 4학년 고인류학이라는 수업을 통해 뼈를 접하게 됐고요. 사실 그때 처음 본 건 진짜 뼈는 아니었고, 모형 뼈였습니다. 그렇지만, 뼈를 통해서 뭔가 정보를 얻고 특히나 인류의 진화과정을 탐구한다는 거 자체가 매우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그래서 시간을 되돌린다면 모를까 알아내기 어려운, 생전의 주인공의 삶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것 자체, 그 과정이 저에게는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왔고요. 지금도 사람 한 명, 한 명이 다 다른 것처럼 죽음에 얽힌 사람의 인생, 사연도 다 제각각인데 뼈를 통해서 죽은 사람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그 사람의 생전 삶을 복원해나가는 과정이 저에게는 늘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앵커]
그런데 무섭진 않으셨어요?

[인터뷰]
무섭진 않습니다.

[앵커]
뼈를 통해 죽은 사람과 대화한다, 말 그대로 신비롭기도 한데, 그럼 최근에는 어떤 분들과 대화 나누셨어요?

[인터뷰]
제가 주로 보는 뼈는 아무래도 조선 시대 유적에서 나온 뼈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흔하기 때문에 조선 시대 유적에서 나온 뼈들을 주로 보고요. 삼국 시대 묘에서 나오는 지금 분석하고 있고요.

[앵커]
그럼 정말 다양한 사람 뼈를 연구하실 것 같은데, 방금 조선 시대 뼈를 주로 연구하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조선 시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나요?

[인터뷰]
조선 시대 공동묘지 혹은 분묘 유적에서 나온 사람 뼈를 지금까지 많이 분석해왔는데요. 조선 시대 사람 뼈를 분석해보니 어릴 때 영양이 부족하거나 질병에 걸려 치아가 정상적으로 발달하지 못할 때 나타나는 흔적을 많이 볼 수 있었어요.

그런 흔적들을 보면서 요즘 우리에게는 발견하기 어려운 흔적들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참 풍족하고, 풍요로운 세상인 걸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고요.

요즘 우리에게 퇴행성 관절염은 흔하잖아요, 조선 시대 사람도 퇴행성 관절염이 흔하게 나타나거든요. 그런데 나타나는 부위가 오늘날 우리랑 조금 차이가 있어요.

[앵커]
우리는 보통 무릎 쪽에서 나오는 것 같은데, 그때는 어땠나요?

[인터뷰]
나이 든 사람에게는 무릎 관절염이 흔하게 나타나지만, 젊은 사람에게는 목등뼈라든가 손목뼈 관절 주변에 관절염이 보이거든요….

[앵커]
농사일을 많이 해서 그런가요?

[인터뷰]
그런 것들이 아마도, 지금 우리가 하는, 일상적으로 반복해서 하는 노동행위와 달랐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돼요.

[앵커]
추측을 해보는 건데, 일리 있는 추측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뼈를 통해서 그 사람이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지도 추측해보는 거잖아요. 어떤 정보까지 얻어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사실 뼈의 상태가 좋으면 굉장히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뼈의 상태에 따라서 굉장히 얻어낼 수 있는 정보의 양도 달라질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2007년 우리나라 창녕 송현동 고분군에서 순장된 사람 뼈가 발굴됐어요. 비교적 좋은 상태로 발굴돼서 분석을 했더니 그 순장된 사람의 나이가 16세 안팎이었고,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고요.

그리고 성장판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서 다 자란 성인의 키는 아니지만, 사망 무렵의 키가 150cm 남짓이라는 것도 알게 됐고요. 그리고 눈 천장 뼈 근처에 심각한 빈혈을 앓았던 흔적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전에 무릎을 많이 꿇고 앉았거나 쪼그리고 앉아서 생활할 때 생기는 무릎 관절 주변의 변형도 알아낼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많이 하는 말인데요, 사람이 나이가 마흔이 되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저는 얼굴뿐만 아니라 뼈도 그 사람의 생전 인생의 흔적, 어떻게 살아왔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생활 습관부터 평소에 앓는 질병까지 뼈에 그대로 다 담겨있네요. 그런데 이런 걸 알아내려면 과학적인 방법이 필수적으로 동원될 것 같은데요. 어떤 방법들이 동원됐나요?

[인터뷰]
요즘은 뼈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는 연구, 분석 기법을 굉장히 많이 사용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뼈에 남아있는 안정동위원소 비율을 분석해서 생전 그 주인공이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어떤 지역에서 일생을 대부분 보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고 있어요.
그리고 특히나 유전자 분야의 기술이 요즘 날로 발전해 나아가고 있는 추세거든요.

옛 뼈에 남아있는 질병의 흔적에서 병원체 유전자를 뽑아내요, 그래서 어떤 질병에 옛날 사람이 걸렸는지를 진단할 수 있고, 그 옛 질병의 병원체 유전자와 요즘 병원체 유전자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해서 그 질병이 인간과 함께 어떻게 상호작용하면서 진화해왔는지에 대한 진화의 역사, 그리고 그 과정도 복원해낼 수가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사람뼈대학'이 범죄 수사에도 쓰인다고 들었는데요, 속된 말로 '뼈 밖에 남지 않았다', 그럼 뼈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범인을 찾아낼 수 있는지 참 궁금합니다.

[인터뷰]
사실 뼈 밖에 남지 않는 사건의 경우는 장기 미제 사건인 경우가 많은데요. 그럴 경우에는 뼈에서 가능한 생전 정보를 많이 얻어내는 것이 사망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사망원인을 알아내는 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면 생전에 뼈를 다쳤던 흔적이라든가 뼈를 성형한 흔적, 그리고 수술한 흔적, 이런 것들이 있으면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고요.

그리고 요즘 치아 치료 안 하시는 분들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치아를 치료하는 흔적도 남아있으면 개인을 특정하는 데에 있어서 굉장히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 위주로 분석하게 되죠.

[앵커]
사람 뼈가 참 선조들의 삶의 모습부터 범죄 단서까지 정말 이용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분야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래서 이렇게 '사람뼈대학'에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고 계시잖아요.

앞으로의 목표 또한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어떻게 되나요?

[인터뷰]
우리나라에는 아직 고고학 유적에서 사람 뼈가 출토됐을 때 이 뼈를 어떤 절차로, 어떤 과정으로 분석하고 보관이 되어야 한다 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고고학 유적에서 사람 뼈가 발굴되더라도 이것들을 잘 보관해서, 고고유물로서 잘 보관해서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는 셈인데요.

[앵커]
그럼 지금은 개개인 연구자들이 보관하시는 건가요?

[인터뷰]
네, 학교에서 어렵게 보관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그런 제도적 장치, 법적인 정비가 필요할 것 같고요. 문화유산만큼이나 뼈도 과거 문화의 주인공으로서 그 사람들의 삶을 복원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귀한 자료가 된다는 인식이 필요할 것 같고요.

또 학자로서 이루고 싶은 것은 전염성 질병에 대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은데요. 우리나라 고대 사회에 어떤 전염성 질병이 만연했고, 그리고 그 질병이 어떻게 유입돼서 범아시아지역 관점에서 한반도에 그 질병이 유병했고, 전파되었는지에 대한 경로, 과정을 밝힐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최근에 대중서를 한 권 냈는데요. '우리는 모두 2%의 네안데르탈인이다'라는 고인류학 분야의 대중서인데요. 그것처럼 이 분야에 어떤 성과들을 조금 쉽고 친절하게 대중에게 설명하고 소개하고 소통하는 기회들도 많이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앵커]
'언중유골' 말에 뼈가 있다는 말을 쓰곤 하는데, '골중유언' 뼈에 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세종대학교 역사학과 우은진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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