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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방임이 창의적 인재 양성 비결"…이광형 KAIST 총장

■ 이광형 / KAIST 총장

[앵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과학계 주요 인사와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오늘 마지막 순서로, 한국과학기술원, KAIST 이광형 총장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총장님께서는 지난 85년에 카이스트 교수로 부임하셨고, 벌써 37년째 카이스트와 함께하고 계십니다. 평생을 카이스트를 위해 헌신하셨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지난 2월, 17대 KAIST 총장으로 취임하셨죠. 이제 막 두 달 정도 지났는데요, 어떤 시간을 보내셨나요?

[인터뷰]
KAIST가 이번에 50주년이 되었습니다. 50주년이라는 것은 새로운 백 년을 준비하는 시기에 KAIST 총장이 되어서 학교 내부, 외부의 많은 기대 속에 부담을 느끼면서 일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앵커]
총장님께서는 교수 시절부터 명성을 크게 얻으셨잖아요.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카이스트' 속 '괴짜 교수'의 실재 인물로 알려졌는데, 이 '괴짜 교수'라는 별칭에 대해서는 평소 어떻게 생각하셨나요?

[인터뷰]
처음에는 괴짜라고 저를 부르는 것 같아서 굉장히 싫었어요. 저를 사람들이 멀리하는구나, 외톨이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었지만, 요즘에는 많이 들어서 자연스럽고 감사합니다.

[앵커]
총장님께 붙은 또 다른 별명이 있죠. 바로 '벤처 대부'인데요. '넥슨' 창업주 김정주 대표를 비롯해 총장님 제자 가운데 1세대 벤처 창업가가 여럿 배출됐습니다. 수많은 창업주를 길러내신 교육 비결이 무언지, 또 혹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시죠.

[인터뷰]
저한테 그런 질문들을 하는 것 같아요. 어떻게 그런 제자들을 기르느냐고. 하지만 저는 사실 한 것이 없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사람들은 꿈을 가지면 그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그걸 가로막으니까 문제지. 그것을 옆에 부모나 교수는 도와주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방해하지 않는 것이 돕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에게 무슨 일을 해주었느냐고 물으면 한 것이 없지만 방해하지 않은 것이 비결이라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다면요?

[인터뷰]
가장기억에 남는 제자는 김정주인 것 같습니다. 넥센의 회장을 하고 있죠. 그 학생은 상당히 유별나고 보통학생들과는 적응도 잘못했어요. 수업시간과 세미나 시간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 학생이 원래 제 연구실 학생이 아니에요. 다른 연구실에 있다가 적응을 잘 못 해서 쫓겨났습니다. 복도에 있다가 제방에 왔는데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고 들어서 왔을 거예요. 그때도 성실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학생을 야단치지 않고 놔두었던 것이 도움되었던 것 같습니다.

[앵커]
누군가에게는 불성실한 학생이었을지언정 교수님께서는 그런 점을 특별하게 봐주신 것이 그 학생이 지금의 업계의 신화가 탄생하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가 하면 앞서 언급한대로 총장님께서는 '벤처 대부'로 불리실 만큼 평소 창업과 같이 연구의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해 오고 계십니다. 그래서 더욱 총장님의 교육철학이 궁금해지는데요,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대학이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교육이지 않습니까? 20세기형 대학에서는 교육 + 연구가 중요했습니다. 21세기형 대학에서는 교육연구 실용학까지 나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KAIST에서는 국민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특히 교육연구 외에 실용학, 사업화를 해서 국민들이 기대하는 만큼 사회적인 가치도 창출하고 일자리도 창출해야 하는 임무가 있기 때문에 실용화, 사업화를 크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사업화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 하나는 창업이 있고, 또 특허 같은 것을 팔거나 빌려서 수입을 받는 것도 있습니다. 그중에 제일 좋은 것은 직접창업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앵커]
얼마 전 기자 간담회에서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말씀을 하셨습니다. '성공할 가능성이 80% 이상으로 높은 연구는 지원하지 않겠다'라는 파격적인 말씀이었는데, 그만큼 도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보면 될까요?

[인터뷰]
지금 현재 우리나라에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연구 결과 통계를 보면 90&이상이 다 성공입니다. 하지만 매년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성공을 하는데, 획기적으로 국가의 국부 결과를 창출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른 나라에서 했던 것들을 따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새로운 것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교내에서 하는 연구는 성공 가능성 평가에서 80&이상이면 뻔한 것을 뭐 하려 하느냐는 생각입니다.

[앵커]
'최고'보다는 '최초'를 지원하고 싶다는 말씀이신 거죠?

[인터뷰]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기 때문에 세계 일류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작년에 KAIST는 전 세계에서 대학평가에서 39위를 했습니다. 39등으로는 세계 일류 대학이 될 수 없습니다. 19등 안에 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에서 하는 것을 따라 해서는 그 안에 들 수가 없습니다. 교수님들에게 각 연구실에서 세계에서 최초로 하는 것 하나씩은 하고 있자고 말씀드립니다. 다른 교수님들에게 경쟁자가 누구냐고 물어보면 미국에 누구, 프랑스에 누구, 영국에 누가 있다고 답하시는데 이제는 그런 답을 하실 수 없는 주제를 해야 합니다. 경쟁자가 없이 세상에서 혼자 하는 것들을 해야 나중에 일류대학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최고보다는 최초가 되기 위해서는 포스트 AI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일까요?

[인터뷰]
지금은 AI 세상이지 않습니까? 지금 현재 모든 사람이 AI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모든 대학들이 AI를 준비하고 기업들과 연구소가 준비하고 있습니다. KAIST 역시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머무르면 안 됩니다. 남들이 다 AI를 준비할 때 우리는 그다음을 준비하는 그룹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포스트 AI를 준비해야 합니다. 10년이나 20년 뒤에는 AI가 많이 일상화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그 일상화 된 세상 속에는 인간인 우리의 삶이 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그런 삶을 우리가 상상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원할 것인지, 그것을 미리 준비하자는 것입니다.

[앵커]
개척자가 되어야 세상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씀을 하고 계신데요. 과학기술은 사람이 발전시키는 거잖아요. 우리 과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재 양성이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후학 양성에 특히 힘써오신 분으로서, 총장님께서는 지금 우리 과학 교육에서 어떤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십니까?

[인터뷰]
대학은 대학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개성을 중시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대학은 획일화돼 있어 다양성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각자 고유한 빛깔을 가진 사람. 그렇게 되면 경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고유의 빛깔이 있는데 경쟁을 왜 합니까 그래서 저는 성적지상주의를 타파하고 각자의 특색을 강조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경쟁도 줄어들고 그러면서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과학교육에서는 자율성과 다양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주셨습니다. 그런가 하면 총장님께서는 '질문하는 인재'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인문학 분야를 강화하고, 또 미술관도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셨는데요. 과학기술 중심인 카이스트에서 인문학과 예술을 강조하셨다니 놀랍습니다.

[인터뷰]
이류대학까지 갈 때는 본인이 하던 것을 계속 열심히 하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과학 엔지니어링 대학이기 때문에 과학기술을 열심히 하면 됐습니다. 그런데 세계 일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남이 안 하는 새로운 것들을 해야 합니다. 새로운 것들을 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것들을 밖에서 바라보고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문화예술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술이라는 것은 우리의 일상을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것이지 않습니까? 따라서 제가 10년 20년 뒤에 일어날 일을 미리 상상해서 하자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침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간의 본성과 본질은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는 인문학이라는 나침반이 필요하고요.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하는 일을 뒤돌아보고 다른 생각을 하기 위해선 예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일류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인문학과 문화예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인문학이야말로 인류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알려주는 나침반이라고 강조해주셨습니다. 최근에 의대와 이공대를 융합해 이른바 의사 과학자를 양성하겠다는 말씀도 하셨습니다. 의사 과학자 양성에 앞장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터뷰]
지금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을 보면 백신이 없어서 백신을 사는 데에 정신을 쏟고 있는데요. 부끄러운 일입니다. 왜 못 만듭니까? 유럽, 중국, 러시아도 만드는데요. 그것의 큰 원인이 의학 연구를 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의과대학을 생각해보면 의과대학을 나와서 연구하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다 임상에서 돈을 버는데요.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정부에서 의과대학에 연구하는 의사 자리를 주어서 양성하라고 노력했는데, 다들 임상으로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그것에 더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백신은 이번뿐만 아니라 5년 후에 새로운 감염병이 와도 백신을 못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중심 대학인 KAIST, 포스텍, 광주 과기원에서 연구하는 의사를 양성하면 5년, 10년 이후에 감염병이 왔을 때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바로 그것을 하자는 것이 의사 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입니다.

[앵커]
KAIST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에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과학기술을 선도하는 KAIST 총장께서 나오셨으니까 이 질문을 안 드릴 수 없겠네요. 여전히 과학은 어려운 과목으로 여겨지곤 합니다. '과학은 어렵다, 낯설다'라는 선입견이 과학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 같기도 한데요.
많은 분이 과학에 조금 더 쉽게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사용되어야 할까요?

[인터뷰]
저는 생활 속에서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과학은 생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과학이 너무 발전하다 보니까 생활과 연결고리가 멀어져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는데요. 저희 과학자들도 생활 속에서 문제를 찾아 과학을 설명하는 그런 노력을 해야 합니다. 특히 YTN에서 방송으로 과학을 쉽게 설명해주시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추가로 질문해보겠습니다. 저도 사실 어렸을 때 꿈이 과학자였는데요. 그런데 요즘 뉴스를 보면 과학자가 꿈이라고 이야기하는 어린이들이 많이 줄었다고 합니다. 총장님께서는 지금 이 현상을 어떻게 보고 계시고, 어린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해주세요.

[인터뷰]
미래는 더욱더 모든 일이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일어났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쓰는 것 중에 기계를 이용해서 모든 것을 생활하잖아요. 주머니에 있는 휴대전화가 없으면 하루도 못 살듯이 이런 것이 작동하는 원리를 이해한다는 것은 너무너무 재미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나와서 세상을 바꿉니다. 이런 기본 원리를 알아야지 미래 변화를 주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구글, 아마존, 애플 등 기술을 아는 사람이 세계 변화를 이끌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기술을 알아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어린이들도 세계를 따라가는 사람이 아닌 주인공이 되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기술이 어떻게 돌아가는 지가 중요하겠습니다.

[앵커]
미래의 변화를 주도하는 선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주셨습니다. 또 추가적인 질문으로 후배들이 본받았으면 하는 과학자나 선배가 있을까요? 그리고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인터뷰]
저는 개인적으로 에디슨을 무척 존경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저희 아버님이 저에게 나의 희망이라는 숙제를 주셨습니다. 그 종이에 저는 에디슨과 같은 과학자가 되겠다고 적어서 칭찬을 받았었는데요. 그 길로 저는 과학자가 되었습니다. 그 종이를 저희 아버님이 벽장 속에 넣어 놨다가 손님이 오시면 보여주시며 자랑을 했는데요. 제가 에디슨을 좋아하는 이유가 많은 실패를 하면서 노력과 반복해서 성공의 길로 갔는데요. 그리고 그것을 사업화했습니다. 사업화를 하여 큰 성공도 했는데요.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인물이 에디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분은 100년 전 인물인데도 지금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과학의 달을 맞아 총장님과 함께 우리 과학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 나눠봤는데요. 특히 인재를 어떻게 양성해야 할지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카이스트 이광형 총장과 함께했습니다. 총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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