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규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주요 정부기관의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미국의 해외연구 지원도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런 조치가 미국과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협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성규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 기자, 안녕하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트럼프 행정부의 과학기술 분야 예산 삭감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닌데요. 어느 정도 수준인지, 예를 들어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미국의 대표적인 과학기술 분야 정부기관이죠, NASA, 우리말로 항공우주국이라고 하는데요.
트럼프 행정부는 NASA 예산을 20% 넘게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NASA가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올해 34조 7천억 원보다 24.3% 삭감된 26조 3천억 원으로 책정됐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NASA 예산 삭감은 한마디로 비효율적인 분야에 돈은 더 쓰지 않겠다는 건데요.
예를 들어 1회 발사 비용이 40억 달러, 5조6천억 원에 달하는 SLS 로켓은 3회 발사 후 폐기하기로 했습니다.
SLS 로켓은 미국이 반세기 만에 추진하는 유인 달 착륙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임무에 쓰이는 로켓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NASA뿐만 아니라 국립보건원 NIH 등 굵직한 과기 분야 정부기관 예산도 대폭 삭감됐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백악관이 공개한 내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미 국립보건원 NIH 예산은 올해보다 40%, 국립과학재단 NSF 예산은 55% 삭감될 예정입니다.
올해 NIH 예산은 470억 달러, 66조 원 규모인데, 내년에 260억 달러, 36조 원 규모로 줄이겠다는 겁니다.
이들 연구기관은 미국 내 과학기술 연구를 주도할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 연구에도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방금 해외 연구 지원도 하고 있다, 말했는데요. 설상가상으로 NIH가 신규 국제협력 연구비 지급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죠, 이건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NIH, 즉 국립보건원은 전 세계 바이오·의학 연구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연구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예산 삭감 여파로 NIH는 미국 연구자들이 해외 협력 연구자들과 공유하는 연구비인 '해외 하위 연구비 지원'을 9월 말까지 중단하고 밝혔습니다.
[앵커]
'해외 하위 연구비 지원'은 다소 생소한데요. 이게 뭔가요?
[기자]
네, 다소 낯선 용어인데요.
해외 하위 연구비는 NIH로부터 연구과제를 받은 연구자가 해외 공동연구자에게 재지급하는 연구비를 말합니다.
NIH는 9월 말 새로운 지원 체계를 만들기 전까지는 신규 연구비 신청을 허가하지 않기로 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깐 9월 말까지는 공동 연구를 해도 해외 연구자에게 돈을 줄 수 없다, 이런 얘긴데요.
그러면 현재 진행 중인 해외 공동 연구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NIH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비 지원에는 소급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상당수 해외 연구비가 매년 연구비를 협약해 지원을 받는 체계거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이번 조치로 과학자들은 국제 협력이 끊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더해 NIH는 해외 지원금 없이 프로젝트가 불가능할 경우 상대기관과 협력해 프로젝트 종료를 협상할 예정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으로부터 어느 정도 지원을 받아 오고 있는 건가요?
[기자]
네, 과학저널 사이언스 자료를 살펴보면,
NIH는 지난해 3,600건 이상의 해외 하위 연구비 지원을 승인했는데요.
금액으로는 4억 달러, 우리 돈 5,600억 원 규모입니다.
미 연방정부 재정지출 내역을 공개하는 'USA 스펜딩'을 살펴보면 최근 2년간 한국에 지급된 하위 연구비는 약 710만 달러, 100억 원 수준입니다.
[앵커]
네, 우리나라와의 연구 협력이 이어질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인데요.
국내 과학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NIH의 지원을 받는 과학자들은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인데요.
국내 한 대학 교수는
올해 2월 심사가 예정됐던 것도 심사를 못 하다 얼마 전 끝냈는데, 다시 지원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말했습니다.
또 NIH는 국제협력에 보수적이었는데,
이제는 외국인 연구자가 연구에 들어오면 왜 들어 왔는지를 설명해야 연구비를 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상황이 녹록하지 않은데요. 우리 정부는 어떤 대응책을 내놓고 있나요?
[기자]
우리나라는 미국과 약 3억 달러, 4,200억 원 규모의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요.
미국과의 연구 협력 중단이 가시화하면서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이 문제를 미국과 논의할 방침입니다.
유상임 장관은 지난주 열린 월례 브리핑에서 미 연방정부가 국가 R&D 대폭 삭감 명령을 내려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미국과 공동 연구가 지속될 수 있을지 굉장히 의심스럽고 우려된다고 밝혔는데요.
유 장관은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미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 실장 등을 만나 국제협력 지속성 등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이성규 기자가 함께 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이성규 (sklee95@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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