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늘솔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기자들의 취재 아이템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과학 1열' 시간입니다.
오늘은 임늘솔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오시죠. 이번 시간에는 어떤 소식을 알아볼까요?
[기자]
최근 운항 중인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면서 생기는 조류 충돌 항공사고, 일명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버드스트라이크가 얼마나 위험한지 또,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준비했습니다.
[앵커]
말씀해주신 것처럼 최근 버드스트라이크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는데요. 대표적인 버드스트라이크 사고는 뭐가 있을까요?
[기자]
네, 미 연방항공청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야생동물이 민간 항공기에 충돌했다는 신고 건수는 19,36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이 중 조류 충돌은 18,394건으로 전체의 94%에 미칠 정도로 자주 일어납니다.
많은 조류충돌 중에서 대표적인 사건은 영화로도 유명한 '허드슨 강의 기적'인데요.
당시 비행기는 이륙한 지 2분 만에 갑자기 날아든 새떼와 충돌하는 버드스트라이크로 엔진 2개가 동시에 고장 났습니다.
결국, 기장은 허드슨 강에 비상착수하는 결정을 내리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물 위에 착수하는 건 돌덩이에 부딪히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을 수 있고
항공기의 날개 한 곳이 물에 닿게 되면 저항으로 작용해 항공기가 회전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위험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위에 무사히 착수해 탑승객 155명이 전원 생존하는 기적이 일어났었죠.
하지만 허드슨 강의 기적만 보고 비상시에 물에 착수하는 게 안전하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최기영 /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 : 물이나 이런 딱딱한 바닥이나 사실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충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보통 바다에 착륙해서 살아남는 경우가 극히 드물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영화로 많이 봤던 뉴욕에서 일어나는 그런 경우입니다.]
[앵커]
사실 비행기는 튼튼해 보이기도 하고 크기 때문에 작은 새와 충돌한다고 해서 큰 충격이 있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버드스트라이크의 위력은 얼마나 되나요?
[기자]
비행기 입장에서는 마치 새가 비행기와 같은 속도로 날아와 부딪히는 충격을 받게 되는데요.
이건 충격량 때문입니다.
질량과 속도에 비례하는 물체의 운동량 변화가 고스란히 충격량으로 작용하게 되는 거죠.
조금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면요.
이착륙 평균 속도인 시속 280km로 비행 중인 기체에 1kg 정도의 새가 부딪히면
약 5톤의 충격이, 7kg 정도의 대형 철새와 부딪히면 15.6톤의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조류 충돌로 조종석 앞유리가 깨지거나 날개가 찢기는 등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앵커]
작지만 강한 충격을 주는 버드스트라이크 어떻게 막을 수 있습니까?
[기자]
사실상 비행기 입장에서 갑자기 날아오는 새를 급히 피하는 건 어렵습니다.
새는 습성상 자신의 경계 범위를 약 30m로 보고, 물체가 가까이 다가와야 도망치기 때문에 빠르게 다가오는 비행기를 미리 피하지 않거든요.
대부분의 조류 충돌 사고는 이착륙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이때 미리 새들을 잘 쫓는다면 조류 충돌을 줄일 수는 있는데요.
현재 국내 공항에서 조류를 쫓을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법은 큰 소리를 내서 새를 놀라게 하는 겁니다.
총소리를 통해서 조류를 쫓거나 맹수나 맹금류 소리를 틀어 활주로 부근의 조류를 쫓는 거죠.
또, 새들이 밝은 빛을 무서워하는 습성을 이용하는데,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안영태 / 극동대 항공운항학과 교수 : 항공기 자체는 이륙과 착륙 단계에서 라이트를 전부 켭니다. 그래서 새들이 큰 불빛을 보면 회피해 가는 성향들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방법들이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영토를 지키려는 본능이 강한 새에게는 천적의 새소리가 녹음된 테이프를 틀어주거나 화약을 터뜨려 강력한 자극을 전달합니다.
반면 호기심이 강한 새는 경고음 사이렌을 울리거나 레이저 조명을 쏘는 등 약간의 자극만 줘도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20㎑(킬로헤르츠) 이상의 높은 주파수를 이용하거나 공항에 자주 출몰하는 새의 먹이를 방제 작업을 통해 원천적으로 차단하기도 합니다.
[앵커]
소리를 이용하거나 직접 쫓는 방법 이외에 기술적으로 버드스트라이크를 막는 방법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네덜란드 같은 경우에는 매를 닮은 드론 로봇을 이용해 새를 쫓기도 하는데, 현재 많이 쓰고 있는 건 레이더인데요.
화면 보면서 설명하겠습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 등 대부분 공항에서 운영 중인 레이더입니다.
이 레이더는 공항 12㎞ 반경 내 조류의 움직임을 탐지하는데요.
야간에도 방향과 속도, 고도까지 추적해 조종사가 미리 대비할 수 있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 이야기 들어보시죠.
[현동선 / 항공기 조류충돌방지연구소장 : 각 기지별로 약 10건∼20건 정도 조류 충돌이 발생합니다. 하지만 서산 공군기지에는 타 기지에 비해서 조류가 수만 배 적어도 동계에는 30만 마리가 서식하는데 어떤 해는 조류 충돌이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조류를 쫓는 레이더 같은 시스템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방금 보신 레이더도 해외에서는 많이 사용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서산 공군부대에서만 유일하게 운용합니다.
또, '조류탐지 레이더'가 설치된 곳은 전국 15개 공항 중 한 곳도 없고 그나마 이착륙 직전 새떼 유무를 확인하는 정도의 열 화상 카메라만 김포, 김해공항 등 3곳에 있습니다.
이외에도 조류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한 자료도 많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에 다양한 정보 제공도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하루빨리 버드스트라이크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어서 더 이상의 사고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임늘솔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YTN 사이언스 임늘솔 (sonamu@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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