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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ZOO] 부지런한 일꾼, 인류의 친구 꿀벌

2024년 04월 03일 오전 09:00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동물에 대해 알아볼까요?

[기자]
식물의 꽃을 피우고 다양한 열매를 맺게 해주는 동물이 바로 꿀벌이죠.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동물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꿀벌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앵커]
벌 하면 보통 꿀벌을 떠올리게 되는데요, 정확히 꿀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기자]
벌은 곤충 가운데서 가장 큰 무리인데요,

전 세계에 10만 종 이상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실제로는 그 배가 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종류가 아주 많습니다.

몸길이가 1cm 정도인 아주 작은 벌부터 7cm가 넘는 벌까지 생김새도 다양한데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꿀벌은 벌 가운데서도 꿀벌과에 속하는 종들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가운데 정확히 양봉에 사용되는 종은 7개 정도가 되는데요,

이름 그대로 꿀을 저장하고 생산하는 벌을 말하는 거죠.

이런 꿀벌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것처럼 몸길이가 작고, 투명한 노란빛의 날개를 갖고 있습니다.

여왕벌은 다른 벌들보다 보통 0.5cm에서 1cm 가까이가 더 큰데요,

벌집 중앙부에서 알을 낳으면 일벌들이 분업으로 새끼를 키우고 꿀을 모아오는 등 무리를 이끌어 나가게 됩니다.


[앵커]
꿀벌 하면 특히 말씀하신 것처럼 체계적인 무리생활이 특징인데요, 각자의 역할은 어떻게 나뉘는 건가요?

[기자]
먼저 여왕벌은 수벌과 번식을 통해 대를 잇는 역할을 하는데요,

몸속에 정자를 보존하는 능력이 있어서 유정란과 무정란을 선택해서 낳을 수 있습니다.

여왕벌이 낳은 알은 3일 정도가 지나면 부화하는데 애벌레 시기가 지나면 보통 10~15일 사이에 허물을 벗고 성충으로 우화합니다.

여왕벌의 수명은 보통 7년 정도인데요, 이후 알을 낳는 능력이 떨어지면 무리에서 추방당하거나 죽임을 당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왕벌이 낳은 알을 관리하고 키우는 것은 모두 일벌의 역할인데요,

일벌은 모두 암컷이고, 독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마주치는 꿀벌은 대부분 일벌이라고 보면 되는데요,

일벌들은 번식 이외의 모든 활동을 도맡아 하게 됩니다.

여왕벌에게 먹이를 주고 몸을 청소해주는 일, 애벌레들에게 로열젤리나 꿀을 먹이는 일, 또 밀랍을 생산해서 집을 만들고 보수하는 일 등이 모두 일벌의 업무인데요,

이렇게 열심히 일한 벌들은 수명이 다할 때쯤이면 자기 집에서 멀리 떨어져 죽는다고 합니다.

자신으로 인해 집이나 동료들이 천적에게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거죠.

[앵커]
그러니까 여왕벌에게 충성하는 만큼 끝까지 무리를 위해 희생하는 셈인데,

그런데 일벌이 모두 암컷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꿀벌 무리에 있는 수벌은 어떤 일을 하나요?

[기자]
수벌은 여왕벌이 수정하지 않고 낳은 알이 자라서 태어나는 벌들입니다.

덩치는 일벌보다 2~3배 크고 여왕벌보다도 큰데요, 성체가 된 후에는 사실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놀고먹기만 합니다.

수벌은 일벌이나 여왕벌과 달리 독침이 없어서 전투력이 없고요, 심지어 먹이도 일벌들이 먹여줘야 한다고 합니다.

결혼비행 시기가 오면 수벌들이 여왕벌을 찾아 날아다니면서 구애의 춤을 추는데요,

그러면 여왕벌이 빠르게 날면서 자신을 따라온 강한 수벌을 골라서 짝짓기를 하고, 이렇게 교미한 수벌은 그 자리에서 죽게 됩니다.

결혼비행 시기가 끝나면 벌집에 남아있던 수벌들은 모두 쫓겨나는데요,

결국, 여왕벌의 선택을 받지 못한 수벌은 동료들이나 천적들에 의해 죽을 수밖에 없는 거죠.

[앵커]
결국은 암벌이 사실상 꿀벌 무리를 이끌어가는 거네요.

그래도 꿀벌은 우리에게 도움을 많이 주는 곤충이기도 하고 또 말벌보다는 공격성이 덜하다고 느껴지는데, 실제로 꿀벌과 말벌은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기자]
말벌은 꿀벌에게는 가장 두려운 천적 가운데 하나인데요,

말벌류에 의해서 꿀벌 무리가 몰살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양봉업자들은 말벌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퇴치합니다.

말벌 가운데 가장 큰 종인 장수말벌은 몸길이가 5cm로 꿀벌보다 4배 가까이 더 크고요,

꽃가루를 먹고 모으는 꿀벌과 달리 말벌은 나방이나 애벌레, 심지어는 다른 종류의 말벌도 공격해서 잡아먹습니다.

말벌은 주로 꿀벌이 모아 놓은 꿀과 애벌레를 빼앗기 위해 꿀벌의 집을 공격하는데요,

꿀벌은 말벌에 대항하기 위해서 무리 지어 둘러싼 뒤에 근육을 움직여 몸의 온도를 높이거나 이산화탄소를 내뿜어 말벌이 질식하게 합니다.

하지만 덩치로 보나 공격성으로 보나 꿀벌이 말벌을 이기기란 쉽지 않겠죠.

사실 꿀벌은 생각보다 공격성이 큰 곤충이 아닌데요,

자신이 침을 쏘면 대부분의 경우 죽게 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웬만하면 벌침으로 쏘지 않는 편이고요,

만일 벌이 접근한다고 해도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행동하면 함부로 공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군요. 조금 전 저희가 사진으로 보여드렸는데, 말벌이 꿀벌보다 4배나 크군요.

그런데 이런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 벌써 수년 전부터 들리고 있는데요, 사람에게는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 건가요?

[기자]
혹시 "꿀벌이 멸종하면 인류가 4년 안에 멸종한다"는 말 들어보셨나요?

그만큼 꿀벌이 인류에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건데요,

꿀벌은 식물 사이를 날아다니면서 꽃가루를 옮기는 일을 하죠.

그런데 전 세계 식량의 90%를 차지하는 100대 농작물 가운데 70% 이상이 꿀벌의 수분 활동이 있어야 생산됩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인데요, 주요 작물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39종의 작물이 꿀벌의 수분 활동에 의해 생산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결국, 꿀벌이 사라지면 작물 생산량이 크게 떨어지게 되고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작물의 종류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지난 2022년에만 꿀벌 78억 마리, 그러니까 전체의 18%가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고요,

미국에서는 작년 한 해 동안 꿀벌 군집의 48%가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렇게 꿀벌의 감소 추세가 이어지면서 지난 2017년에는 UN이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단순히 꿀벌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인류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인데요, 꿀벌의 감소를 막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이뤄지고 있나요?

[기자]
꿀벌이 감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기후 변화인데요,

특히 꿀벌은 온도와 습도 변화에 아주 민감한 곤충입니다.

그래서 유럽연합에서는 벌통을 보호하는 로봇과 스마트 벌통을 개발하기도 했는데요,

난방 장치로 꿀벌을 특정 구역으로 이동하도록 해 극심한 추위에도 꿀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또 여왕벌을 관리하는 로봇 기술도 있는데요,

벌통에 꿀벌 크기 로봇 6대를 설치해 여왕벌에게 로열젤리 먹이를 주고 몸을 손질해 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일벌들이 꽃과 꿀을 채집하지 못해도 애벌레를 희생해 여왕벌을 키우는 일이 없어지는 거죠.

국내에서도 꿀벌 감소를 막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정부가 직접 꿀벌의 질병을 진단하고 이를 통제할 수 있는 기술 연구에 나선 것입니다.

또 꿀벌의 스트레스 지표를 만들어서 이를 바탕으로 꿀벌을 관리하고, 식물의 개화 시기를 예측해서 꿀벌이 살 수 있는 생태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꿀벌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국내에서도 실효성 있는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오늘 사이언스 ZOO 마지막 시간이었죠, 꿀벌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이동은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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