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네, 이제 꽃샘추위가 물러가면서 이제 막 경칩을 지났는데요, 경칩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난다고 알려진 절기이죠. 추운 날씨가 풀리면서 겨울잠을 자던 생물들이 깨어나고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시기라는 의미인데, 오늘은 경칩의 주인공, 개구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이맘때쯤이면 말씀하신 대로 개구리를 떠올리게 됩니다. 그런데 왜 경칩과 개구리를 연관 짓게 된 걸까요?
[기자]
사실 경칩은 한자로 놀랠 경자와 벌레 칩자를 쓰는데요, 겨울잠을 자던 벌레가 깨어나 땅 위로 올라오는 시기라는 거죠. 그런데도 개구리를 경칩의 상징으로 여기게 된 것은 아마 개구리가 그만큼 온도에 민감한 양서류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과거 우리 선조들은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를 보고 계절을 추측해서 농사를 지었다고 하는데요, 개구리는 보통 10월 말에서 11월 무렵에 겨울잠을 자기 시작해서 3월쯤 되면 깨어납니다. 개구리 중에는 물 근처나 물속에서 일생을 보내는 종도 있는데요, 겨울잠을 잘 때도 대부분 땅속으로 들어가지만, 물 속이나 물 밑 땅으로 들어가는 종도 있습니다.
[앵커]
벌레들이 땅 위로 나오니까 벌레들을 잡아먹는 개구리도 많이 보여서 경칩과 연관 짓게 된 거 같습니다. 그렇다면 개구리도 곰이나 다람쥐처럼 겨울철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잠을 자는 건가요?
[기자]
개구리의 겨울잠은 곰과는 조금 다릅니다. 곰과 같은 항온 동물은 일정 체온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계속 섭취해서 필요한 열을 얻습니다. 그래서 먹이를 구하기 힘든 겨울이 되면 에너지를 아끼기 위해 겨울잠을 자는 거죠. 그런데 개구리는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 동물입니다. 추운 겨울에는 체온이 급격히 떨어져서 얼어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겨울잠을 자는 건데요, 곰은 겨울잠을 얕게 자면서 가끔 깨어나 먹이를 먹기도 하지만, 개구리는 심장박동과 호흡이 거의 정지하는 '가사 상태'로 겨울을 보내게 됩니다.
특히 이런 변온 동물들은 체액 속에 부동물질을 가지고 있어서 세포가 어는 것을 막아주는데, 마치 겨울에 자동차가 내부가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동액을 채우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앵커]
부동액으로 비유해서 말씀해주시니까 차이점을 확 알 거 같은데요. 그렇다면 개구리가 스스로 몸속에서 부동액을 만든다고 하잖아요, 이건 어떤 원리로 가능한 건가요?
[기자]
개구리에게 가장 위험한 것은 체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것인데요, 그래서 추운 날씨에도 체온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나름의 생존전략을 마련한 것입니다. 캐나다 연구팀이 숲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는 과정을 관찰해봤는데요, 숲 개구리의 경우 주변 온도가 영하로 떨어지면 간에 저장돼 있던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혈당수치가 평소의 100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은 혈관을 타고 장기와 근육으로 이동해서 세포로 들어가는데요, 세포가 얼지 않도록 세포 속을 일종의 설탕물로 채워주는 거죠. 소금물이나 설탕물은 0도가 되어도 얼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만든 체액이 부동액 역할을 해주는 것입니다.
[앵커]
개구리가 겨울잠을 자는 건 알았지만, 이런 비밀이 있었다는 게 신기합니다. 개구리는 그럼 어떻게 이렇게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겨울잠을 자게 되는 건가요?
[기자]
네, 개구리뿐 아니라 양서류나 포유류 등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게는 보통 특정 단백질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동면 유도 촉진제'라 불리는 이 단백질은 낮이 짧아지고 온도가 내려가면 동물들의 겨울잠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몇몇 동물들은 다른 종류의 동면 단백질을 가지고 있기도 한데요, 호르몬의 영향으로 이 단백질량이 줄어들면서 동물들이 겨울잠을 자게 되고 또 원래 양으로 늘어나면 깨는 원리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동물들이 환경의 영향에 따라 동면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분비하기 때문에 최근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나는 시기가 크게 달라졌는데요, 지구 온난화로 기온이 점점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개구리는 겨울잠에서 깨어나면 바로 산란을 시작하는데 올해는 1월 중순에 이미 알을 낳은 개구리가 관찰됐습니다. 개구리의 산란 시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었는데요, 올겨울 유난히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개구리가 생체시계를 더 빨리 돌린 것입니다.
[앵커]
봄꽃도 개화 시기가 좀 빨라졌다고 하더니, 기후변화에 영향을 개구리도 받고 있었네요. 온도에 민감한 만큼 기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텐데, 아무래도 산란 시기가 앞당겨지면 문제가 좀 있을 거 같아요.
[기자]
네, 맞습니다. 개구리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너무 빨리 알을 낳으면 만일 다시 추위가 올 경우 알이 모두 얼어 죽게 되는데요, 실제로 개구리 알이 발견된 지 며칠 만에 한파로 손상된 경우가 종종 발견된다고 합니다. 또 먹이를 찾는데도 문제가 생기는데요, 개구리는 주로 거미나 곤충들을 먹고 사는데 너무 일찍 활동을 시작하면 이런 먹잇감들이 없어서 굶어 죽게 됩니다. 이런 기후변화는 개구리와 같은 양서류의 개체 수에도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현재 양서류의 41%가 멸종위기종으로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 그 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멸종위기에 접어든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종도 많아지고 있나 보네요. 기후변화를 피해를 입는 동물들이 사실상 대부분인데 이런 양서류에게는 특히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오늘 이렇게 개구리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개구리 하면 울음소리를 빼놓을 수 없잖아요, 작은 몸집에서 큰 울음소리를 내는 개구리, 울음소리에도 비밀이 있을 거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개구리는 한 개 또는 두 개의 울음주머니를 가지고 있는데요, 이걸 통해서 소리를 더 크게 내고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습니다. 울음소리를 낼 때는 먼저 공기를 들이마신 뒤에 콧구멍과 입을 막고 폐를 팽창시킵니다. 그런 다음 폐에서 울음주머니로 공기를 왕복시켜 목구멍을 통해 소리를 내는데요, 이때 울음주머니가 반복적으로 부풀어 오르면서 더 큰 소리가 울려 퍼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울음주머니가 잘 발달한 종은 소리가 크고 뚜렷한 반면에 그렇지 않은 종들은 후두기관으로 낮은음의 작은 울음소리만 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반도 고유종인 한국산 개구리는 울음주머니가 발달하지 못해서 아주 작고 짧은소리만 낸다고 하네요. 이렇게 개구리가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주로 수컷이 암컷을 찾을 때인데요, 암컷은 수컷의 울음소리를 듣고 가장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아 짝짓기를 한다고 합니다.
[앵커]
짝짓기 시기가 지나면 슬슬 개구리 알들이 개천에서 보이겠어요. 개구리 알은 보통 얼마 만에 부화하나요?
[기자]
개구리알은 개구리의 종에 따라, 또 주변 환경에 따라 부화하는 시기가 달라집니다. 짧게는 3일 정도가 걸리기도 하고요, 한 달 가까이 걸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개구리알은 아마 말씀하신 대로 주변에서 한 번씩 본 적이 있으실 텐데요, 개구리는 물속에서 암컷이 알을 낳은 뒤에 수컷이 정자를 뿌리는 방법으로 체외수정을 합니다. 이렇게 낳은 알은 사실 아주 작은 수만 개구리로 무사히 자랄 수 있는데요, 보통 오리나 물고기와 같은 동물들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많고요, 연못이나 개울이 말라버려서 죽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무사히 살아남은 알은 점점 모양이 변하면서 올챙이가 되고요,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는 데는 다시 두 달 정도가 걸린다고 합니다.
[앵커]
네. 이제 개천에 올챙이도 곧 보일 것 같습니다. 오늘, 봄의 전령사 개구리 이야기, 잘 들어봤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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