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YTN 사이언스

검색

[사이언스ZOO] 극한의 사막을 건너는 배…낙타의 생존 전략

2024년 02월 21일 오후 5:08
■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네, 오늘은 낙타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낙타는 사막을 건너다니기 때문에 '사막의 배'라고도 불리는데요, 이렇게 뜨겁고 척박한 환경에서 낙타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말씀하신 것처럼 낙타는 말 그대로 사막을 대표하는 동물이 아닐까 하는데요, 사는 곳도 역시 사막이 많은 중동 지역 대부분이겠죠?

[기자]
맞습니다. 낙타, 하면 중앙아시아의 뜨거운 사막을 가로지르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는데요, 실제로 중동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올해를 '낙타의 해'로 지정했습니다. 낙타가 사우디 사람들의 생활뿐 아니라 과거 문화유산을 형성하는 데도 큰 영향력을 준 동물이기 때문에 그 의미를 돌아보자는 취지인데요, 그만큼 낙타는 사막을 가로지르며 다양한 문화권의 다리 역할을 해 왔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면 낙타가 원래부터 이렇게 사막에 살던 동물은 아닙니다. 낙타의 화석이 처음 발견된 곳은 북아메리카 대륙이었는데요, 낙타는 다른 동물들과의 먹이 경쟁에 밀려 점점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약 180만 년 전, 빙하기가 시작되면서 대륙을 건너 아시아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중동에, 더 멀리는 아프리카까지 건너가 정착했고요, 또 일부는 중앙아시아 초원에 자리 잡기도 했습니다. 결국, 낙타의 유래는 북아메리카였지만, 덩치 큰 육식 동물들과의 경쟁에 밀리면서 사막이 많은 척박한 지역에 머물게 된 거죠.

[앵커]
네, 그럼 낙타가 처음부터 사막을 오가기에 적합한 동물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요. 어떻게 사막을 대표하는 동물이 되었을까요?

[기자]
사실 사막 지역은 낙타에게 경쟁 상대가 없는 안전한 곳이었지만, 바꿔 말하면 그만큼 동물들이 살기에 힘든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낙타는 뜨겁고 모래 폭풍이 부는 사막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진화해 갔습니다. 먼저 기온이 60도 이상 오르는 사막에서는 지면과 최대한 멀어져야 하기 때문에 다리가 점점 길어졌는데요, 이 때문에 낙타의 몸통 온도는 모래 표면보다 10도 가까이 낮다고 합니다. 대신 무릎을 꿇어서 바닥에 닿을 수 있도록 마치 보호대처럼 무릎 가죽이 단단하게 발달했죠. 또 낙타를 보면 이마가 넓적하고 눈두덩이 두꺼운 느낌이 드는데요, 이것 역시 사막 생활에서 뜨거운 햇볕이 직접 눈에 닿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앵커]
다리 길이는 물론 얼굴 생김새마저 사막을 건너기 위한 진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무엇보다 낙타 하면 등에 있는 혹을 빼놓을 수 없는데, 이 혹도 사막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한 걸까요?

[기자]
네, 예전에 낙타의 혹에 물이 들어있다, 이렇게 알려진 경우도 있었는데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낙타의 혹은 지방으로 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낙타의 에너지 저장 창고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낙타는 영양분을 혹에 있는 지방으로 축적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대사과정을 거쳐서 에너지로 쓰게 됩니다. 그래서 낙타는 먹이를 먹지 않아도 수개월 이상 버틸 수 있는데요, 이렇게 혹 속에 있는 영양분을 다 쓰면 혹이 작아지면서 등 쪽 피부가 처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갓 태어난 낙타에는 혹이 없고, 1년 가까이 자라면 혹이 점점 생기기 시작하는데요, 모유를 먹으면서 한창 자라는 시기에는 영양분을 모두 성장하는 데 쓰기 때문에 혹이 생기지 않는다고 합니다.

[앵커]
그런데 낙타를 잘 보면 혹이 한 개인 경우도 있고 두 개인 경우도 있잖아요? 그럼 거기에 있는 에너지양에도 차이가 있을까요?

[기자]
혹이 하나인 단봉낙타는 주로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지역에 사는 것으로 알려졌고, 말씀하신 혹이 둘인 쌍봉낙타는 중국 서부나 중앙아시아 지역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지금은 대부분 단봉낙타만 남아서 90% 이상은 혹이 하나라고 합니다. 보기에는 혹이 두 개면 유리할 것 같긴 한데요, 사실상 훨씬 더 큰 에너지를 저장한다거나 더 오랫동안 굶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하네요.

[앵커]
그런데 혹 때문에 먹이를 먹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이렇게 봐도 물도 꼭 필요할 거 같거든요. 물은 어떻게 해결하나요?

[기자]
낙타는 에너지를 저장해 쓰는 만큼 수분을 관리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일단 낙타는 물을 마실 때 한 번에 100ℓ 이상, 하루 기준 200ℓ까지도 마실 수 있는데요, 이렇게 마신 물을 몸속에 저장해서 짧게는 4~5일, 길게는 20일까지도 물 없이 버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물이 없는 사막을 하루에 40km 이상씩 걸을 수 있는 거죠. 낙타는 이렇게 많은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적혈구가 달걀 모양으로 길쭉하게 발달했는데요, 보통 적혈구는 수분을 흡수하기 때문에 몸속에 수분이 지나치게 많으면 너무 늘어나서 파괴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낙타의 적혈구는 원래 크기의 240%까지 늘어나기 때문에 이렇게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실 수 있는 거죠. 또 낙타는 체온이 40도를 훌쩍 넘어야 땀을 흘리는데요, 그만큼 몸 밖으로 배출되는 수분도 적어서 물 없이도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입니다.

[앵커]
네, 사람이 2ℓ 정도 마시니까 거의 100배 정도 마시는 건데, 굉장히 사막에 적응할 수 있는 신체를 가지고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사막의 특징이 워낙 건조하고 모래바람도 많이 불잖아요? 낙타가 여기에는 어떻게 적응할까요?

[기자]
네, 낙타의 눈을 보면 속눈썹이 유난히 긴 것을 볼 수 있는데요, 이 속눈썹이 직사광선을 가리고 모래바람이 불 때 먼지를 걸러주는 역할을 합니다. 또 낙타의 눈에는 '순막'이 있는데요, 순막은 눈동자 위를 덮어서 수분을 유지하면서도 앞은 볼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투명한 막입니다. 보통 파충류나 조류, 상어 등에서 볼 수 있고요, 일부 포유류도 이 순막을 갖고 있는데요, 위아래 눈꺼풀에 이어서 제3의 눈꺼풀이라 불리는 이 순막이 눈에 들어가는 모래를 걷어내 주는 거죠.

또 낙타는 코 근육이 발달해서 콧구멍을 자유자재로 여닫을 수 있는데요, 모래가 들어가기 전에 콧구멍을 닫아서 먼지가 들어오는 것을 막습니다. 특히 낙타가 코로 숨을 내쉴 때는 온도 차로 인해 습기가 생기게 되는데요, 이렇게 생긴 수분이 코에 맺히면 이걸 다시 빨아들이는 방법으로 낙타의 몸에 흡수됩니다. 이것 역시 건조한 기후에 견딜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인 거죠.

[앵커]
이제 낙타를 다시 보니까 어쩐지 사막에 적응하기 위해서 완벽하게 진화한 동물이 아닐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기자]
네, 맞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낙타는 더운 곳에 살지만, 털이 있죠. 얼핏 보면 더울 것 같지만, 낙타의 털은 오히려 뜨거운 태양으로부터 열을 차단하고 체온이 높아지는 것을 막아주는데요, 특히 사막은 낮에는 아주 뜨겁지만, 밤에는 급격히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체온 조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서 낙타의 털은 낮에는 피부의 수분 증발을 막아 냉각 효과를 높여주고 밤에는 몸을 따듯하게 해 주는 거죠. 또 겨울에는 털이 더 많이 자라고 여름에는 마치 옷을 벗듯이 털 두께가 얇아지면서 스스로 기온에 맞게 조절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앵커]
자연의 생김새에는 역시 다 이유가 있었네요. 낙타에 대한 이야기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저작권자(c) YTN science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예측할 수 없는 미래 사용 설명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