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오늘은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얼마 전, 아프리카에서 코뿔소의 체외수정을 통한 임신이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이로 인해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인 북부흰코뿔소 종의 복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습니다. 오늘은 아프리카 흰코뿔소 복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네, 소식을 전해드린 기억이 나는데요. 현재 멸종 위기에 놓인 코뿔소 종은 정확히 어떤 것인가요?
[기자]
먼저 현재 생존한 코뿔소 종은 모두 5종입니다. 이 가운데 아프리카에 사는 종이 검은코뿔소와 흰코뿔소 두 가지고요, 흰코뿔소 종은 다시 두 개의 하위 종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중앙아프리카 지역에 서식하는 북부흰코뿔소와 남아프리카 쪽에 사는 남부흰코뿔소입니다. 앞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 바로 북부흰코뿔소이고요, 남부흰코뿔소 역시 과거 개체 수가 20마리까지 줄어 멸종 직전까지 갔었지만, 꾸준한 보호 운동 끝에 지금은 2만 마리 가까이가 살고 있습니다.
흰코뿔소라고 하면 흔히 흰색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실제로 흰코뿔소는 밝은 회색이나 어두운 회색 또는 갈색을 띠고 있고요, 원래 어원인 '넓은'이라는 뜻의 네덜란드어 베드(wijd)를 영어로 번역할 때 철자를 흰색이라는 'white'로 잘못 번역하면서 '흰코뿔소'로 불리게 됐습니다. 원래 이 코뿔소에 '넓은'이라는 뜻의 '베드'가 쓰인 이유는 이 종이 턱, 그러니까 하관이 검은 코뿔소보다 넓어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참고로 검은코뿔소도 완전 검은색은 아니고 흰코뿔소보다는 상대적으로 색깔이 더 짙어서 이런 명칭이 붙었다고 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우리가 걱정하는 멸종 위기종은 '북부흰코뿔소'인데요,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인가요?
[기자]
북부흰코뿔소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2천 마리 이상이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급격히 개체 수가 줄면서 1970년대에는 500여 마리 정도밖에 남지 않았고요, 이후 2018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아남은 북부흰코뿔소는 단 3마리가 됐습니다. 이 가운데 수컷은 '수단'이라는 코뿔소 한 마리이고 나머지는 암컷으로 수단의 딸인 나진과 손녀인 파투입니다. 그런데 2018년, 수단마저 죽으면서 북부흰코뿔소는 더 이상 자연에서 번식을 할 수 없는 '기능적 멸종' 상태가 됐습니다. 한 마디로 개체 수가 너무 줄어서 더는 생태계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번식도 불가능한 상태라는 거죠.
당시 수단은 45살로 고령이었는데, 더 살았다고 해도 코뿔소는 40살이 넘으면 자연 생식이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새끼는 낳기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수의사들은 수단이 고령인 데다가 피부 상처로 인한 감염과 근육 부상 등으로 고통을 겪는 걸 보면서 회복할 수 없다고 판단했고요, 결국은 안락사시키게 됐습니다.
[앵커]
앞서서 2천 마리 넘게 있었다고 했는데 지금 단 두 마리만 남게 됐다니 안타까운데요, 말씀하신 대로 '기능적 멸종' 상태라면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다행히 북부흰코뿔소 복원 사업이 시작된 이후 과학자들은 수단이 죽기 전부터 수컷 4마리의 정자를 채취해 보관해왔습니다. 이걸 이용해서 인공수정을 시도하는 건데요, 암컷의 배란을 유도한 뒤에 수컷에서 채취한 정자를 넣어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남부흰코뿔소를 상대로 인공수정이 시도됐었는데요, 그 결과 3마리의 순종 남부흰코뿔소가 탄생하면서 성공을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부흰코뿔소에게는 이 방법이 어렵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현재 북부흰코뿔소는 암컷 단 두 마리만 남은 상황인데요, 엄마인 나진은 이미 나이와 건강상의 문제로 복원 프로젝트에서 은퇴했고요, 그렇다고 유일하게 남은 파투에게 섣불리 인공수정을 실험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사실상 생물학적 시도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개체이기 때문에 매우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현재 북부흰코뿔소를 살릴 길은 체외수정밖에 없습니다.
[앵커]
이번에 성공한 방법도 체외수정이라고 저희가 전해드린 것 같은데요. 코뿔소의 체외수정은 어떻게 이뤄지는 건가요?
[기자]
체외수정은 쉽게 말해 수정란을 분화시켜서 직접 자궁에 착상시키는 건데요, 난자와 정자를 얻어서 수정란을 만든 뒤에 마치 엄마의 자궁에서 키우는 것처럼 몸 밖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돕는 물질을 처리합니다. 그러면 세포 분화가 일어나는데요, 충분히 분화한 상태의 수정란인 배아를 암컷에게 착상시켜서 출산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코뿔소와 같은 대형 동물은 이런 체외수정이 쉽지 않은데요, 생식 기관이 몸속 깊은 곳에 있어서 침을 넣어 난자를 얻는 것도 힘들 뿐 아니라 수정란을 정확히 배치하는 것도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북부흰코뿔소의 경우는 멸종 직전이라는 점이 이런 체외수정을 더 어렵게 하는데요, 북부흰코뿔소의 경우 암컷에 이식은 못 했지만, 체외수정까지는 이뤄진 상태입니다. 과학자들이 앞서 수컷과 암컷 코뿔소에서 채취한 정자와 난자를 이용해 인공 배아 30개를 만들어 냉동 보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배아를 이식했다가 만약 임신에 실패하게 되면 새로운 배아를 만들어내는 것이 현재로써는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번에는 어떤 방법으로 실험이 진행됐을까요?
[기자]
그래서 이번에 시도한 것이 사촌격이라고 할 수 있는 남부흰코뿔소를 이용한 체외수정입니다. 남부흰코뿔소는 북부흰코뿔소와 유전적으로 비슷하면서 개체 수도 많은데요, 연구팀은 남부흰코뿔소의 정자와 난자로 만든 배아를 약 13번의 시도 끝에 대리모인 남부흰코뿔소 '쿠라'에게 이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쿠라는 70여 일 정도 임신 상태로 무사히 지냈는데요, 안타깝게도 흙 속에 사는 세균에 감염돼 죽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쿠라의 시신을 부검한 결과, 뱃속에는 6.5cm의 새끼 코뿔소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었는데요, 만일 어미가 살았다면 95%의 확률로 무사히 태어났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습니다. 물론 비극으로 끝나긴 했지만, 처음으로 코뿔소의 체외수정이 성공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도는 큰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제 중요한 것은 멸종 직전인 북부흰코뿔소를 살리는 것인데, 앞으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기자]
연구팀은 이번에 배아 이식의 가능성을 본 만큼 북부흰코뿔소를 이용해 직접 실험에 나설 예정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미 북부흰코뿔소의 배아 30개가 냉동 보존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은 암컷은 한 마리이고, 그나마도 나이가 많은 편이라 임신에 무리가 있는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남부흰코뿔소를 대리모로 할 예정입니다. 두 종이 유전적으로 크게 비슷해서 성공 가능성은 아주 크다고 연구팀은 예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부흰코뿔소 새끼가 무사히 태어난다고 하더라도 남은 과제가 많습니다. 우선 자연 번식을 할 수 있을 만큼 개체 수를 늘리는 것이 쉽지 않고요, 또 보존하고 있는 배아가 한두 마리에서 채취한 정자와 난자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종의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미 폐사한 다른 북부흰코뿔소의 피부 등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로 정자와 난자를 만들기 위한 연구도 이어가고 있는데요, 이제 첫걸음을 뗀 만큼 북부흰코뿔소의 복원에는 앞으로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앵커]
네, 저희가 계속 북부흰코뿔소에 대한 좋은 소식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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