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오늘은 조류 가운데 사람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앵무새에 대해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앵무새는 요즘 반려동물로도 많이 키우는데요, 생김새도 다양하고 그만큼 종류도 많죠. 앵무새는 주로 열대 지방에 많이 사는데요, 전 세계에 약 320종 정도가 있습니다. 작은 종의 경우는 몸길이가 10cm 정도밖에 안 되지만, 큰 앵무새 종은 몸길이가 1m 가까이 자라기도 하는데요, 앵무새의 화려한 꼬리 깃털도 종에 따라서 크기나 길이가 아주 다양하다고 합니다.
[앵커]
앵무새는 말씀하신 것처럼 반려동물로도 많이 키워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새인 것 같은데요, 특히 앵무새 하면 가장 처음으로 떠오르는 게 사람의 말을 따라 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잖아요?
[기자]
그렇죠. 실제로 앵무새가 사람처럼 말하는 모습은 많이들 보셨을 텐데요, 앵무새가 이렇게 말을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구강구조가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앵무새는 울대가 다른 새들에 비해 사람과 닮은 편인데요, 폐 위쪽에 울대가 있어서 공기의 움직임을 통해 다양한 소리를 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혀가 두껍고 혀 근육이 발달해서 말할 때 혀의 위치를 바꿔가며 여러 가지 발음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앵무새가 사람의 말을 따라 할 수 있는 것은 유전자의 영향도 있는데요, 서울대 연구팀이 앵무새를 포함한 48종의 조류가 공통으로 가진 유전자들을 비교해 본 결과, 유독 앵무새가 발성학습과 관련된 유전자가 월등히 발달해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사람을 통해 경험하면서 발성으로 배우고 따라 하는 능력이 특별히 발달해 있다는 거죠.
[앵커]
앵무새가 이렇게 사람의 말을 따라 하는 것도 유전적으로 발달한 능력 때문인지는 상상을 못 했는데요. 또 그만큼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유전적으로 발달을 한 거겠죠?
[기자]
네, 그렇죠. 앵무새는 실제로 사회적인 유대관계를 맺는 능력이 뛰어납니다. 한 가지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미국에 살던 한 앵무새가 사람이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 스스로 음악에 맞춰 춤을 춘 것이 포착된 것입니다. '스노우볼'이라는 이름의 앵무새인데요, 보통 동물들이 짝짓기를 목적으로 몸을 흔드는 것과 달리, 스노우볼은 음악의 리듬에 따라 모두 14가지의 동작을 선보이며 춤을 추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이런 행동을 보고 앵무새들이 사회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춤을 춘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앵무새는 발성 능력뿐만 아니라 동작을 따라 하거나 복잡한 동작을 연속으로 학습하는 능력도 갖추고 있고요, 또 장기적으로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사회적 능력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앵커]
박자에 맞춰서 춤을 추는 거뿐 아니라 추임새까지 넣고 있지 않나, 굉장히 귀여운 것 같은데요. 말을 따라 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습성이 사람과 아주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앵무새와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기도 해요.
[기자]
네, 맞습니다. 최근에 이런 앵무새의 모습을 보여 주는 연구 결과가 있었는데요, 미국과 영국 공동 연구팀이 애완용 앵무새를 대상으로 훈련을 해봤습니다. 앵무새가 종을 울리면 태블릿PC와 스마트폰을 통해 다른 새와 영상통화를 할 수 있도록 하고요, 이렇게 영상통화를 하고 싶을 때 종을 울리도록 가르친 것입니다.
이렇게 3개월 동안 지켜본 결과, 앵무새들은 자기의 의지대로 모두 147번, 천 시간이 넘게 영상통화를 했는데요, 통화를 하면서 깃털을 고르거나 노래를 하는 등의 사회적 행동을 보였고요, 심지어 친구로부터 발성이나 비행 등의 기술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연구팀은 앵무새가 자신이 화면을 통해 다른 새와 교감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했고, 실제 만났을 때 나타나는 상호 작용과 거의 비슷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스스로 종을 울리는 걸 보니까 영상통화를 즐기고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사회성이 다른 반려동물들에 비해 남다르지 않나 싶습니다. 그만큼 앵무새가 새 중에서도 똑똑하기 때문이겠죠?
[기자]
네, 앵무새는 우리에게 똑똑한 새, 영리한 새로 알려져 있죠. 실제로 앵무새의 아이큐는 평균 30 정도인데요, 학습에 따라서는 4살에서 5살 정도 어린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다고 합니다. 미국 뇌 과학자들은 앵무새의 지능이 높은 것은 뇌 구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앵무새가 영장류의 특징을 받아들이는 방향으로 뇌가 진화했기 때문에 지적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뇌에는 대뇌피질과 소뇌를 연결해주는 '교핵'이라는 부분이 있는데요, 이 부분이 보통 고차원적인 정보 처리를 가능하게 해줘서 지능 발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사람의 경우 이 부분이 다른 포유류보다 훨씬 크고 영장류도 마찬가지로 큰 편인데요, 조류는 보통 교핵 크기가 아주 작고 이를 대신하는 '나선형 핵'이 있습니다. 그런데 90종이 넘는 조류의 뇌 구조를 분석해 봤더니 앵무새의 나선형 핵이 다른 새보다 최대 5배까지 큰 것으로 나타난 것이죠. 결국, 뇌 구조가 영장류와 비슷하게 발달하면서 도구를 사용하거나 자신과 다른 개체를 구분해 유대관계를 맺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앵커]
앵무새가 사람과 사회성도 좋고 말을 잘 따라 하는 거 보니까 진짜 말씀해주신 것처럼 지능이 높다, 이렇게 보이는데요. 그럼 이렇게 지능이 높은 게 앵무새 사이에서도 장점이 될 수 있을까요?
[기자]
사람도 보통 '똑똑하다, 머리가 좋다'고 하면 매력이 더해지잖아요? 앵무새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있는데요, 사랑앵무 수컷 2마리와 암컷 1마리를 만나게 한 뒤에 암컷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수컷에게만 훈련을 시켰습니다. 뚜껑이나 문을 열고 먹이를 꺼내 먹게 한 거죠. 이후 다시 3마리를 만나게 했더니 암컷은 이렇게 훈련받은 수컷 옆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다가 수컷의 '영리함'에 반응하게 됐다는 건데요, 연구팀의 해석으로는 암컷 사랑앵무가 새끼를 기를 때 먹이 활동을 수컷에게 의존하기 때문에 이렇게 지적 능력을 이용해 먹이를 얻는 수컷을 보고 매력을 느낀 것이라고 분석을 했습니다.
[앵커]
보니까 앵무새도 플러팅을 하지 않나 싶은 것 같은데요. 알면 알수록 앵무새가 사람과 닮은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반려동물로서 앵무새 인기가 더 많아질 것 같아요.
[기자]
앵무새가 똑똑하다는 점이 물론 반려동물로서는 매력이지만, 재미있는 것은 똑똑함 때문에 반대로 이 때문에 고통받는 곳도 있습니다. 호주 시드니에서는 큰유황앵무가 동네 곳곳을 다니며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있는데요, 최대 50cm까지 자라는 이 앵무새들은 부리와 날개를 이용해서 아주 교묘하게 쓰레기통을 뒤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이를 막기 위해 온갖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는데요, 쓰레기통 뚜껑 위에 물이 든 물통을 묶어놓거나 테두리에 못을 박아놓는 등 갖은 방법을 써가며 앵무새와의 두뇌 경쟁을 펼치기도 한다고 합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들어보니까 똑똑한 새 앵무새 덕분에 행복한 사람도 있지만, 또 불편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네요. 앵무새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나눠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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