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은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다양한 동물의 생태와 습성을 알아보고 그 속에 담긴 과학을 찾아보는 시간입니다. '사이언스 ZOO', 오늘도 이동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어떤 동물을 만나 볼까요?
[기자]
우리가 대표적인 반려동물이라고 하면 보통 강아지나 고양이를 떠올리는데요, 그에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동물이 토끼입니다. 최근에는 토끼를 반려동물로 키우는 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요, 토끼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앵커]
뒤에 사진도 나가고 있지만 토끼는 보통 귀엽고 순한 생김새 때문에 사랑받는 동물인데요, 반려동물로 키우기에 적합할까요?
[기자]
토끼는 실제로 주인을 알아보고, 애교도 많은 편이어서 반려동물로 아주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온순해 보이는 외모에 비해서는 성격이 좀 예민한 편인데요, 경계심이 많고 겁도 많아서 친해지려면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토끼는 깨끗한 동물인 편이지만, 계절이 바뀔 때마다 털이 많이 빠지고요, 어떤 물건이든 갉아먹는 습성이 있어서 반려동물로 키울 때는 주의가 필요한데요, 특히 집에만 갇혀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햇볕을 쬐게 해주고 풀밭에서 뛰어놀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앵커]
키우시기 전에 이런 특성을 잘 알고 반려동물로 들이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런데 우리가 흔히 아는 집토끼는 덩치가 작고 귀도 짧은 편인데 야생에 사는 토끼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자]
토끼는 크게 굴토끼류와 멧토끼류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요, 우리가 보통 영어로 '래빗'이라고 하면 굴토끼를 말하는 거고 산토끼는 '헤어'라 부릅니다. 흔히 산토끼, 야생토끼로 알고 있는 멧토끼는 굴토끼보다 덩치가 크고 귀가 긴데요, 특히 새끼를 낳을 때 큰 차이가 있습니다.
굴토끼는 이름대로 굴을 파고 어미가 자신의 털을 뽑아서 깐 뒤에 새끼를 낳는데요, 새끼가 털이 없고 눈도 뜨지 못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어미의 보살핌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산토끼는 땅 위에 터를 닦아서 새끼를 낳는데, 갓 태어난 새끼도 금방 눈을 뜨고 바로 뜀박질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두 종류의 토끼는 유전적으로도 다른데요, 염색체 수 자체가 달라서 서로 교배도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앵커]
크기만 다른 게 아니라 염색체 수까지 다르다고 하니깐 굉장히 놀라운데요, 그럼 우리가 반려동물로 키우는 토끼도 굴토끼에 가까운 거겠죠?
[기자]
맞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토끼는 과거 유럽에서 살던 굴토끼 종을 가축화한 건데요, 굴토끼가 산토끼보다 달리기가 느린 데다가, 멀리 도망가기보다는 가까운 굴에 숨는 습성이 있어서 상대적으로 쉽게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산토끼는 시속 70km까지 달릴 수 있어서 굴토끼보다 두 배쯤 빠르다고 하네요.
우리나라의 경우 1900년대에 처음으로 일본에서 토끼를 수입해 사육하기 시작했는데요, 당시에는 식량정책의 목적으로 토끼를 수입하다가 1990년대부터 반려동물용 토끼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현재 사람들이 많이 키우는 토끼는 대부분 품종 개량이 이뤄진 건데, 여러 품종을 섞어서 만든 49종 정도가 공식적으로 등록돼 있다고 합니다. 특히 우리가 가장 잘 아는 흰 털의 빨간 눈을 가진 토끼는 별도의 종이 아니라 알비노, 그러니까 색소결핍증을 가지고 태어난 개체인데요, 야생에서는 살아남기 힘들지만, 집토끼로 길들여지면서 대표적인 반려동물이 된 것입니다.
[앵커]
토끼는 특히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잖아요? 동화나 예전 이야기에도 자주 등장하잖아요, 동화에서도 항상 지혜와 꾀를 상징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죠?
[기자]
토끼는 전통적으로 영리하고 똑똑한 지혜의 상징으로 여겨졌죠. 실제로 토끼의 아이큐가 50 정도로 호랑이나 말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동화에 나온 것처럼 거북이보다도 아이큐가 높습니다. 또 토끼는 귀가 큰 만큼 작은 소리도 잘 듣는데요, 사람보다 2배 정도 소리에 예민하고요, 시야각도 사람보다 넓다고 합니다. 또 빛을 받아들이는 능력도 뛰어나서 토끼의 눈은 어두운 곳에서 사람보다 8배나 더 잘 볼 수 있다고 하네요.
[앵커]
토끼와 거북이 이야기가 생각나는 게 괜히 나온 게 아닌 것 같은데요, 또 토끼 하면 번식력이 뛰어나서 다산의 상징으로도 알려졌는데, 어떤가요?
[기자]
네, 토끼는 임신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아주 짧고 한 번에 보통 5~6마리에서 많게는 10마리 이상의 새끼를 낳습니다. 또 1년 내내 번식할 수 있고 새끼를 낳은 뒤 24시간 정도만 지나면 다시 임신할 수 있어서 그만큼 번식률이 높은 거죠. 이론적으로는 1년에 토끼 한 마리가 60마리 이상 새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 천적이 많은 토끼에게는 이런 번식력이 생존에 필요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새끼를 아무리 많이 낳아도 성체로 자랄 수 있는 확률이 그만큼 적다는 거죠. 하지만 이렇게 토끼의 빠른 번식력이 간혹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는데요, 특정 지역에서 토끼 수가 너무 많이 늘어나게 되면 식물과 식물 뿌리를 과도하게 먹어 치우고 토양을 침식시켜서 생태계에 피해를 주기도 합니다.
[앵커]
이야기를 나눠보니깐 지혜, 다산의 상징 이런 게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모두 생태적인 근거가 있는 거네요.
[기자]
네, 하지만 몇 가지 우리가 잘못 알 거나 모르는 사실도 있을 텐데요, 먼저 토끼 하면 뗄 수 없는 것이 당근이죠. 사실 토끼는 당근을 잘 먹지 않습니다. 토끼의 주식은 기본적으로 건초이고 그 외에는 과일 정도만 아주 조금 먹는데요, 당근에는 수분이 많기 때문에 많이 먹으면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특히 당근 뿌리를 먹으면 당류를 섭취하게 돼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요, 만일 반려동물로 토끼를 키우신다면 당근은 간식으로 아주 조금만 주어야 한다고 합니다.
[앵커]
농장 토끼 간식 주는 곳 있잖아요, 당근이 생각해보니깐 없었네요.
[기자]
네,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은 토끼가 이런 채소 말고 자신의 변을 먹는다는 것인데요, 토끼는 두 가지 형태로 배변을 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동그랗고 딱딱한 모양의 '토끼 똥'과 이보다 묽은 변이 있는데요, 딱딱한 변에는 버려지는 섬유질이 들어있지만, 이 묽은 배설물에는 토끼가 미처 소화하지 못한 영양소가 들어 있습니다. 토끼의 경우 풀을 먹으면 위를 지나 소장을 통과한 다음 맹장으로 가는데요, 토끼의 맹장은 위 크기의 무려 10배로 이곳에 있는 미생물들이 섬유질을 분해해 필요한 양분을 토끼에게 제공합니다. 그래서 맹장에서 나온 묽은 배설물에는 아미노산과 비타민, 다양한 발효 미생물들이 함께 들어있는데요, 이걸 먹지 않으면 토끼가 미처 소화하지 못했던 영양분을 다시 섭취할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변을 먹는 습성은 토끼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것입니다.
[앵커]
올해가 청룡의 해라고 하지만 아직 음력의 해인 토끼의 해라고 하죠. 토끼처럼 지혜롭게 한 해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이동은 (d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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