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천문학' 하면 왠지 세종대왕이나 장영실보다는 코페르니쿠스나 갈릴레이가 먼저 생각나죠.
아무래도 현대 우주 산업에서 서양 선진국들이 우리보다 앞섰기 때문에 생겨난 관념이겠죠.
그런데 15세기, 전 세계의 주요 과학 업적 가운데 무려 절반 가까이가 우리나라에서
나왔다고 하는데요.
오늘 '별소리 다 듣겠네!'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이뤄낸 위대한 천문과학을 다시 복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다. 함께 보시죠.
[김상혁 / 천문연 고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안녕하세요. 스물세 번째 별소리를 전해드리게 된 김상혁입니다. 지난해 조선 시대 혼천시계가 260년 만에 복원에 성공한 사례가 있었죠! 오늘은! 이러한 우리나라의 전통 천문의기와 그 복원법에 대한 별소리를 전해드리겠습니다.
Q.천문 의기란 무엇이며, 우리 대표 천문의기는?!
[김상혁 / 천문연 고 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네, 먼저 천문의기라는 것은 조선 시대에 사용했던 천문관측기기와 시간측정기기를 말합니다. 세종의 재위 기간에 편찬된 『제가역상집』에 따르면, 천문의기를 ‘의․상․구․루’로 구분하기도 했는데요,
‘의’는 혼천의, 간의, 소간의 등과 같은 ‘하늘을 살피는 관측기기’를 말하며,
‘상’은 혼상, 천문도와 같이 ‘하늘의 모습을 별자리를 통해 보여주는 것을 말합니다.
‘구’는 현주일구, 정남일구, 앙부일구 등과 같은 해시계가 포함되며,
‘루’는 보루각루와 흠경각루 등과 같은 물시계를 말하죠.
이들 중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귀중한 대표 천문 유물에는 태조 4년에 제작한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있습니다.
이는 직육면체의 돌에 별자리를 새긴 것인데요. 천문도에는 1,467개의 별이 점과 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별자리 이름까지 새겨넣었습니다. 돌 판에는 당시의 우주론, 제작과 관련된 정보 등 다양한 천문학 정보가 담겨있는데요, 별의 크기도 밝기에 따라 다르게 표시하고 있어 과학적인 천문도로 평가받고 있죠.
Q.천문의기 발달 시대는 언제이며 그 시대에 발달한 이유는?!
[김상혁 / 천문연 고 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네, 15세기 세계 최고의 과학기술 국가는 바로 조선입니다. 일본에서 간행된 『과학사기술사사전』에 따르면, 세종 재위 기간이 포함된 1400년부터 1450년까지 반세기 동안 세계과학의 주요업적 가운데 조선은 29건을 차지합니다. 이 당시 중국은 5건, 일본은 1건, 동아시아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이 30건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이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국가였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인데요, 세종 시대에는 무려 20여 종의 천문의기가 개발된 바 있습니다.
당시 천문학은 가장 주목받는 과학기술 분야였는데요, 조선 사회에서는 하늘의 움직임을 살펴 역법을 밝히고 백성들에게 농사지을 때를 가르쳐 주는 것을 최우선의 과제로 여겼습니다. 이러한 통치 이념은 ‘관천수시 觀天授時’ 사상에 따른 것으로 왕이 마땅히 수행해야 할 책무이자 의무였습니다. 따라서 조선 초기의 세종은 천문학 발달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었고 조선의 독자적인 역법 계산인 『칠정산내편』의 제정을 이룩하는 등 많은 천문의기를 제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Q.천문의기 복원 방법은?!
[김상혁 / 천문연 고 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네, 천문의기를 복원하기 위한 과정은 8단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복원하기 위한 단계 중에서 자료수집 과정에는 '문헌연구'와 '유물조사' 단계가 있는데요. 우선 '문헌연구'를 위해 국내외 모든 관련 문헌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유물조사' 단계에서는 유물의 실측작업을 수행하고, 유물의 사진 자료나 영상 촬영으로 유물 분석 시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내죠. 이때 비교적 유물에 피해가 없는 비파괴조사를 실시하여 재질분석이나 수리흔적, 집합기술 등의 정보를 얻도록 합니다.
이러한 자료수집 과정을 마치게 되면 '분석'단계로 넘어가는데요. '문헌연구'와'유물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복원할 천문의기의 과학적 특성 및 구조적 특징을 연구합니다. 유물이 갖고있는 사회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 정치·경제적인 요인까지도 분석 대상으로 삼아야 하죠. 이런 분석 단계를 거치면 실제 유물의 '설계', '시험제작', '재현실험', '복원제작'을 진행합니다.
'설계' 단계에서는 전문가와 함께 상세한 도면으로 옮겨야 합니다. 이 설계도면에서는 유물의 재질과 특성이 고려되어야 하며, '시험제작'을 통해 메커니즘의 작동 및 '재현실험'을 실시하죠. 왜냐면 이는 실제 유용한 기기로써 가치판단과 복원성과에 대한 중요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Q.그렇다면 현재 복원 중인 천문의기는?!
[김상혁 / 천문연 고 천문연구센터 책임연구원]
네, 저희는 현재 조선 후기 문헌인 『의기집설』에 소개되어 있는 남병철의 혼천의를 복원 연구 중에 있습니다. 이 혼천의는 천문학에서 사용하는 세 가지 좌표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별한 부품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재극권으로 불리는 부품으로, 혼천의를 지평좌표계와 적도좌표계, 황도좌표계로 자유롭게 변형시켜 사용할 수 있는 특별한 혼천의입니다. 현재 기초설계를 마치고, 보완 설계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올해 안에 시제품을 완성하여 심층 연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00여 년간 체계적인 관측제도를 바탕으로 약 26,000여 건의 천변 현상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기록은 동아시아 천문학 발전의 한 축을 형성해 온 문화유산이기도 하며, 천문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고천문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규명하는 것이며, 후손들에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을 물려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고천문 역사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라며 이상으로 오늘의 별소리를 마치겠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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