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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②양자컴퓨터 나오면 암호화폐 가치 0원?

2024년 12월 26일 오전 09:00
■ 최소라 / 과학뉴스팀 기자

이번 달, 구글의 대형 발표가 있었습니다.

바로, 신형 양자컴퓨터 칩 '윌로우'가 공개된 건데요,

윌로우는 영하 200도 이하에서 작동하는 '초전도 방식' 양자칩으로 성능은 105큐비트입니다.

앞서 IBM이 발표한 양자칩이 천 큐비트급인 걸 떠올려보면, 105큐비트는 높은 성능이 아니라고 생각될 수도 있겠는데요,

논문을 보면, 윌로우칩은 기존에 양자컴퓨터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혔던 '오류' 발생을 획기적으로 줄일 가능성을 제시해서 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혁신적인 양자칩이 의외의 분야에 악재가 됐습니다.

바로,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급락한 겁니다.

미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에 10만 달러 선에서 오르내리던 비트코인 가격이 윌로우 발표와 함께 9만5천 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알트코인들은 더 크게 하락했습니다.

물론 미 연준의 긴축 선호 발언 등 다른 요인의 영향 가능성도 충분히 있지만요,

양자컴퓨터가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가 오래전부터 나왔기 때문에 윌로우 영향이 있다는 시각도 우세합니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가 암호화폐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 근거가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양자컴퓨터가 나오면 암호화폐 채굴이 쉬워져서 암호화폐 가치가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건 그리 큰 걱정거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흔히들 양자컴퓨터를 쉽게 설명하려고 할 때 기존 컴퓨터로 푸는 데 오래 걸릴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순식간에 풀 수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요,

사실 특정 연산에 한해서만 맞는 말입니다.

사실상,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연산, 그러니까 해시함수를 푸는 데는 양자컴퓨터가 그리 빠르지 않을 것이라고 학계에선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비트코인 채굴에서는 대략 2배 정도 빠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물론 도지코인처럼 채굴량이 무한정이라면, 채굴 속도가 빨라졌을 때 시장에 코인 공급이 늘어 코인 가격이 내릴 수도 있겠지만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최대 공급량이 정해졌고, 채굴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거든요.

공급 과잉으로 가치가 폭락할 가능성은 적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 업계가 진짜로 우려하는 건 뭘까요?

바로 '해킹'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해킹 우려는 충분히 현실성이 있습니다.

미 허드슨 연구소의 아서 허먼은 누군가가 양자컴퓨터 해킹 능력을 개발하고, 이를 암호화폐 공격에 사용하려고 한다면 이는 시간 문제라고도 말했습니다.

그 시점에 대해서는 구글의 경우 빨라도 10년 후로 전망하고 있고요,

이보다 빠를 것이다, 혹은 느릴 것이다, 시장 전망이 혼재돼 있지만, 위험은 분명히 있다는 겁니다.

양자컴퓨터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문제가 아닌, 특정 문제를 푸는 데 뛰어난데요,

바로 현행 대다수의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소인수분해와 이산로그 문제를 푸는 데는 이미 탁월하다고 입증됐습니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도 뚫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겁니다.

전문가에게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방정호 /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교수 : (컴퓨터에) 어떤 수를 곱하라고 하면 계산을 하잖아요. 근데 어떤 수를 주고서 이게 뭐와 뭐의 곱으로 이뤄졌냐고 물어보면 굉장히 오래 걸리거든요. 근데 양자 컴퓨터는 그걸 엄청 빨리 할 수가 있다는 논문이 90년대에 발표됐어요. 그런 알고리즘이 개발된 거죠. 그런데 최근에 사용하는 현대 암호의 대부분이 RSA 그러니까 소인수 분해에 기반해서 암호가 만들어져 있거든요. 그러면 양자 컴퓨터가 개발되면 앞으로 소인수분해에 기반한 암호 체계는 금방 해독이 가능하겠다는 시나리오가 된 거죠.]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바로 양자컴퓨터가 풀 수 없는 문제로 암호를 구성하는 '양자내성암호' 기술입니다.

암호를 구성하기는 쉽지만, 역으로 푸는 건 일반컴퓨터는 물론, 양자컴퓨터도로 어려운, 예컨대 격자 기반 문제 등을 적용하는 겁니다.

물론 또 다른 알고리즘이 나온다면 이런 문제까지 안전하리라는 장담은 할 수 없지만, 몇 개 기술들이 유력하다고 거론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 해킹이 현실화하기 전에 양자내성암호를 적용하면 될 텐데, 암호화폐 업계가 유난히 양자컴퓨터 등장을 걱정하는 걸까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암호화폐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탈중앙화 때문입니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중앙은행과 같은 중앙기관이 시스템을 총괄하기 때문에 비용을 들여서라도 필요하다면 새로운 보안 체계로 전환하기가 쉬운데요.

암호화폐는 탈중앙화, 그러니까 중앙 기관이 없거든요.

새로운 보안 기술을 도입하려면 네트워크 참여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합의에 이르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 기존 자산을 새로운 체계로 옮기는 과정에서 데이터가 손실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럼에도 여러 암호화폐들이 양자내성암호를 도입하려는 연구를 하고 있고, 양자내성암호가 적용된 특수한 암호화폐가 이미 나와있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현행 암호체계를 뚫고 모든 금융자산을 위협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 그리고, 양자컴퓨터가 풀 수 없는 양자내성암호!

비유하자면, 모든 걸 뚫을 수 있는 창과 그 창을 막을 수 있는 방패 사이의 전쟁이라고, 현 상황을 진단해 볼 수 있겠습니다.

지금까지 사이언스 이슈 다 모아온 최소라입니다.


YTN 사이언스 최소라 (csr73@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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