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사이언스

위로 가기

[한 길 사람 속은?] SNS의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혹시 나도 도파민 중독?

2023년 12월 12일 16시 37분
■ 김지은 / 상담심리학자

[앵커]
아무 생각 없이 스마트폰을 켰다가 짧은 동영상을 수십 개나 봐 버리고서 아차 싶었던 적 있으신가요? 만약 짧은 동영상을 계속해서 보는 습관이 있다면 '도파민 중독'일 수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짧고 자극적인 영상만 반복해서 보면 집중력이나 인내심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하는데요. 오늘 <한 길 사람 속은>에서는 숏폼 콘텐츠로 인한 도파민 중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인터뷰]
안녕하세요.

[앵커]
제가 정말 궁금했던 주제가 도파민 중독이거든요. 오늘 설명이 기대되는데, 일단 도파민이 정확히 무엇인지부터 알려주실까요?

[인터뷰]
요즘 도파민 중독이라는 말이 유행하면서 많은 분들이 도파민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지셨을 텐데요. 도파민은 우리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 전달 물질 중 하나로,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로 쉽게 말해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 전달 물질입니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다른 신경 전달 물질에는 세로토닌, 옥시토신, 엔도르핀 등이 있지요.

그러면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면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니 좋은 것이 아닐까요, 라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당분을 먹을 때 기분이 좋도록 진화한 이유는, 식량을 찾기 어려웠던 고대에 인류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지금은 어딜 가나 너무 쉽게 당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먹고 싶을 때마다 절제 없이 당분을 먹게 될 경우 우리 몸에 어떤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는 모두 알고 계실 겁니다.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하는 물질이나 행동들도 마찬가지로 과도하면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럼 이렇게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하는 물질 중에 우리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 분명 있을 거 같은데요, 어떤 게 있을까요?

[인터뷰]
가장 대표적인 물질로는 마약을 들 수 있습니다. 마약 중독자들이 처음 마약을 사용했을 때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강렬한 쾌감을 처음으로 느끼게 되면서 일상생활의 모든 것들이 다 심심하고 지루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쾌감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마약을 열심히 하지만 아무리 해도 처음의 그 쾌감 수준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것인데요. 이미 처음에 마약이 투약 되었을 때 우리 뇌의 도파민 수용체가 망가졌기 때문입니다. 두 번 다시 처음의 그 쾌감은 느낄 수 없는 것이죠. 그래서 쾌감을 느끼기 위해 필요한 마약의 양이 점점 늘어나게 되고, 그런데도 처음의 쾌감은 느낄 수 없기 때문에 항상 부족하고 목마른 상태가 됩니다.

실제로 쥐를 대상으로, 쥐가 레버를 누르면 마약을 섞은 먹이를 주는 실험을 실시한 연구팀이 있었는데요. 어느 순간 마약에 중독된 쥐는 먹이를 아무리 줘도 부족하다는 듯이 무서운 기세로 기계처럼 레버만 누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래서 어떤 학자는, 도파민은 언뜻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것 같지만, 사실은 '기분 좋은 것이 곧 올 것이다'라는 느낌과 갈망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도파민 자체를 행복 호르몬이라고 부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마약으로 비유를 해서 설명해주시니까 쉽게 이해가 되는데요. 그런데 이런 마약 같은 물질 말고 특정 행동도 중독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요?

[인터뷰]
관계 중독 편에서 얼핏 말씀드린 적이 있었는데, 중독의 여러 종류 중 물질 중독 외에도 행위 중독이 있습니다. 사실 물질 중독도 무섭지만, 행위 중독은 더더욱 치료하기 어렵다고들 하는데요. 특정한 물질만 접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행위의 주체인 내가 그 행동을 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개입이 쉽지 않습니다. 십여 년 전만 해도 이런 행위 중독의 예시로 쇼핑 중독이나 성 중독, 게임 중독 등이 대표적이었는데요. 요즘은 여기에 SNS가 추가된 것 같습니다.

특히 여러 유형의 SNS 중에서도 아주 짧고 자극적인 영상들을 반복해서 볼 수 있게 하는 SNS의 '숏폼'이 요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1분짜리 영상도 너무 짧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30초, 15초짜리 동영상도 지루하다고 다 보지 않고 넘겨버리는 일들이 많아졌는데요. 점점 더 하나의 자극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고, 주의 집중력과 인내심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앵커]
그러고 보니까 정말 집중력도 떨어지고, 그냥 10분짜리 영상도 계속 넘겨서 보는 습관이 생기더라고요. 이렇게 심심해서 자꾸 재미있는 것만 찾고 숏폼만 찾게 되는 그런 현상도 중독과 관련이 있겠죠?

[인터뷰]
아무래도 그렇습니다. 아까 마약 중독의 예시를 들면서, 일상생활의 모든 것이 지루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씀드렸는데요. SNS와 여러 유형의 숏폼 영상들도 유사한 현상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야 하기 때문에 놀랍고, 신기하고, 화려하고, 여러모로 자극적인 것들이 숏폼 영상의 주제가 되기 쉬운데요. 이런 영상들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이 영상들 속에서 더 눈에 띄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영상을 만들게 되는 양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면 우리는 점점 더 다른 자극에 무뎌지게 되지요.

그리고 긴 시간을 들여 무언가를 바라보고, 생각하고, 곱씹는 것에 인내심이 떨어지게 됩니다. 예전에는 별생각 없이 보던 드라마 한 편을 참고 끝까지 다 볼 수가 없어서 2배속으로 틀어놓고 본다든지, 그것도 하기 싫어서 "시즌2 20분 안에 몰아보기" 영상을 유튜브에서 찾아서 본다든지 하는 식입니다. 심지어 이런 현상은 영상에만 해당 되는 것이 아닙니다. 점점 더 긴 글을 읽는 것이 어려워지게 되는데요, 뉴스도 심층보도는 건너뛰면서 읽으면서 속보나 단신에만 잠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앵커]
당장 어제만 하더라도 저도 10편짜리 드라마를 1시간 반을 축약해놓은 것을 그걸 또 1.5배속으로 봤거든요. 제가 이제 도파민 중독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그런 짧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SNS를 완전히 끊어야만 이런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일까요?

[인터뷰]
사실 SNS 플랫폼 자체가 이러한 중독을 유발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는 것이 큰 문제점 중 하나입니다.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 이러한 SNS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화제가 된 적이 있는데요. 애초에 설계할 때부터 사람들이 어떻게 중독에 빠지게 되는지를 참고하여 그 메커니즘에 맞추어, 사람들이 SNS 자체에 머무르는 시간을 점점 더 길게 하기 위해 아주 짧고 자극적인 영상을 무한히 볼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기업들은 그 영상의 내용 자체에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클릭하고 얼마나 오래 그 영상에 머무르는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그 플랫폼의 이용 시간이 얼마나 길어지는가에 집중합니다. 그것이 광고 효과, 그리고 경제적 이득과 관련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영상들이 올라와도 바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사람들이 그 영상들을 클릭하도록 내버려 두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와 제재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입니다.

[앵커]
그래서 요즘 SNS 안 하기 챌린지 같은 것도 많이 하잖아요? 그래도 좀 우리들이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최종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터뷰]
참 이게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요. 너무 중독되기 쉽게 만들어져 있는데 중독이 되지 않으려고 하는 게 사실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아까 SNS를 끊으면 괜찮을까 하고도 질문해주셨는데, 실제로 너무 우울하고 소위 말하는 '멘탈'이 좋지 않은 상태라고 느껴질 때는 SNS를 전부 비활성화하시거나 어플을 삭제하시라고 권유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시적으로 SNS 휴식기를 가짐으로써, 자극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던 뇌를 잠시 쉬게 하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어떤 면에서 임시방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갑자기 스마트폰도, 컴퓨터도 모두 치우고 산골에 들어가야만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자극의 양을 조절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언제든 그만두거나 쉴 수 있다는 통제감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설탕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평생 설탕을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보다는, 설탕의 섭취 총량을 조절하고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더 도움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강박적으로 지금 당장 접속하여 SNS의 타임라인을 확인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면, 또는 어떤 영상도 빨리 감기를 하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지경이라면, 잠시 모든 자극을 내려놓고 쉬면서 내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돌봐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중독은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하고 특히 나의 통제감을 완전히 앗아가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중독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서는 그만큼 나 자신을 잊지 않고 돌아봐 주고 살펴주시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앵커]
한두 달에 걸쳐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어본 때가 언제인가 싶은데요. 느림의 미학을 다시 생각해볼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김지은 상담심리학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김기봉 (kgb@ytn.co.kr)

거의모든것의과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