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훼영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한 주의 마지막인 매주 금요일, 영화 속 과학을 찾아보는 '사이언스 레드카펫' 시간입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기자]
안녕하세요.
[앵커]
2024년 처음으로 소개할 영화는 뭔가요?
[기자]
지난해가 월트와 로이 디즈니가 디즈니 스튜디오를 세운 지 100년째였는데요. 그래서 디즈니는 지난 2023년 1년 동안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영화와 책, 이벤트들을 기획했습니다. 그 여정의 마지막 영화, 디즈니 100주년 기념 뮤지컬 애니메이션 '위시'를 이번에 준비해왔습니다.
[앵커]
캐릭터 왕국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 영화라고 해서 저도 기대하고 있는 영화인데, 직접 보셨잖아요?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우선 영화의 배경이 되는 곳부터 먼저 설명을 드려야 할 거 같은데, 마법의 왕국 로사스라는 곳입니다. 이곳에선 열여덟 살이 되면 마법사인 왕 매그니피코에게 소원을 바치고 나면, 자신의 소원이 무엇이었는지 잊은 채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왕은 한 달에 한 번씩 추첨식을 열어 사람들의 간절한 소원을 이뤄주는 이벤트를 하는데요. 소원을 이뤄주는 왕 덕분에 로사스 사람들은 행복해하고, 꿈 많은 소녀 아샤 역시 왕의 견습생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왕의 견습생 기회를 얻게 된 아샤는 왕의 숨겨진 계획을 알고 혼란에 빠집니다. 그리고 왕의 계획을 막기 위해 아샤의 별을 보고 소원을 빌게 됩니다. 아샤의 강력한 소원이 무한한 에너지를 가진 별을 하늘에서 내려오게 하고, 특별한 별과 함께 아샤는 어둠의 마법에 손을 댄 왕과 맞서 싸우며 잃어버렸던 소원을 되찾는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좋은 왕이 아니었군요? 스토리가 정말 매력적인데, 실제로 영화도 재미있을지 궁금한데, 보통 기준이 되는 게 있잖아요. '겨울왕국'만큼 재미있나요?
[기자]
우선 저는 개인적으로 디즈니의 아주 오래되고 큰 팬이라고 먼저 밝히고요. 그래서였는지, 사실 기대가 너무 컸던 건지, 아니면 100주년 기념작품이라는 왕관의 무게가 무거웠던 건지 아쉬움이 조금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분명 스토리나 캐릭터, 노래까지 다 좋긴 한데 이른바 한방이 없었거든요. 그래도 저에게는 조금 감동이 있었던 게, '누구나 마음속에 빛나는 소원 하나는 품고 산다, 그리고 그 소원을 이룰 힘도 모두 가지고 있다.' 디즈니가 오랫동안 이야기해왔던 명제가 이번 영화 전체의 이야기거든요. 그리고 이걸 노래하는 아샤의 노래가 굉장히 좋습니다. 듣고 있는데 어느샌가 눈물이 흐르더라고요.
그래서 위시를 재밌게 보는 법을 알려드리면, 우선 100주년 기념작, 겨울왕국을 뛰어넘을 작품 등 커다란 기대를 조금 내려놓고 보는 게 좋습니다. 대신 영화 '위시' 곳곳에서는 디즈니 작품에 대한 다양한 오마주를 찾는 재미가 있습니다. 피터팬, 정글북의 곰, 아기 사슴 밤비 등이 등장하고, 매그니피코 왕은 백설공주의 왕비처럼 거울에게 누가 제일 잘생겼는지 묻는 등 이전에 디즈니 만화를 봤을 때 봤던 장면들과 같은 것들이 굉장히 숨어있어요. 재미를 위해 여기까지만 말할 텐데, 영화관을 직접 찾아가서 보신다면 이런 오마주들이 은근히 감동적이면서도 친근함을 더해줍니다.
[앵커]
영상을 통해서 잠깐 봤는데, 디즈니 캐릭터를 잘 알면 알수록 숨겨진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자]
네, 맞습니다. 디즈니의 팬이라면 한 가지 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기다리는 걸 추천해드리고 싶은데요. 크레딧이 올라가는 내내 디즈니의 역대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마지막에는 감동적인 쿠키 영상까지 나오기 때문에 끝까지 객석에 남아계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앵커]
워낙 오래된 캐릭터들이다 보니까 사람처럼 느껴져서 감동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영상을 보니까 별 캐릭터가 눈에 띄던데, 별 캐릭터는 그림체도 디즈니랑 조금 다른 것 같더라고요?
[기자]
네, 맞습니다. 위시의 엔딩 크레딧을 볼 때 한국 이름이 종종 눈에 띄었거든요. 알고 보니 한국인 애니메이터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특히, 별 캐릭터를 만든 게 바로 윤나라 애니메이터입니다. 그는 위시를 제작할 때 당시 둘째 딸이 한 살이었다고 해요. 그런데 둘째 딸의 움직임을 자주 관찰했었는데, 특히 온몸으로 꺄르르 웃는 모습이 별 모양처럼 보였던 날이 있어서 이날 딸의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했다가 별의 움직임을 작업할 때 참고해서 아이의 모습처럼 표현을 했다고 합니다.
[앵커]
말씀을 듣고 캐릭터를 다시 보니까 정말로 아이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별이 소원을 이뤄준다. 이건 전 세계에 통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요.
[기자]
맞습니다. 아무래도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때는 사람들이 하늘을 보고 별똥별을 기다렸다가 소원을 빌잖아요? 지난 4일 밤, 올해 첫 우주쇼가 펼쳐졌는데요. '사분의자리' 유성우였는데, 조 앵커는 혹시 별똥별 보셨나요?
[앵커]
사실, 잤는데요. 그런데 구경하러 간 분들 얘기 들어보니 몇 개 못 봤다고 하던데, 시간당 80개 정도 떨어진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몇 개는 못 봤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기자]
네, 맞아요. 국제 유성기구나 천문연구원이 발표하는 시간당 몇 개, 이건 극대 시기, 그러니까 유성이 가장 많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에 최대로 떨어지는 유성의 수를 말하는 겁니다. 100개 넘게 떨어질 때도 있지만, 통상적으로는 극대 시기가 아니면 1시간에 20~30개가 떨어진다고 보면 되거든요. 그러니까 관측이 어려운 건 맞긴 맞아요.
[앵커]
도심이나 광공해, 이런 데서는 더 보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분의자리 유성우를 포함해 3대 유성우를 보면 모두 별자리 이름이 붙어있잖아요? 그럼 각각의 별자리에서 유성이 날아오는 건가요?
[기자]
그렇지는 않고요. 우주공간을 떠돌던 먼지 입자나 작은 알갱이들이 지구 대기권에 부딪혀 밝게 빛을 내고 사라지는 현상을 유성이라고 부르는데, 유성우는 말 그대로 많은 유성이 비처럼 한꺼번에 쏟아지는 것을 말하잖아요? 그런데 별자리 자체에서 별똥별이 떨어지는 건 아니고, 별똥별은 한 점에서 특정한 방향을 중심으로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한 점을 '방사점'이라고 부릅니다.
원래 나란히 놓여있는 기찻길을 멀리까지 바라보면 원근법 때문에 마치 한 점에서 뻗어나오는 것처럼 보이잖아요. 아주 먼 곳에서 떨어지는 거기 때문에 한 지점에서 한 유성이 많이 쏟아지는 것처럼 보이는 거고요. 그 한 지점, 방사점이라고 하는 곳이 근처에 있는 별자리가 무엇이냐에 따라서 페르세우스 유성우, 사분의자리 유성우, 이런 식으로 이름을 붙이는 거고요. 우리가 여기서 사분의자리라 할 때 '사분의'는 과거 천체 망원경이 나오기 전, 경도와 위도, 시간을 계측하던 천체 관측 기구의 이름인데요, 사분의자리는 현재 가까이에 있던 용자리에 편입돼 사라졌지만, 사분의자리 유성우는 처음 붙인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요. 또 사분의자리 유성우는 방사점, 그러니까 별똥별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위치는 용자리가 아니라 목자자리라고 합니다.
[앵커]
그러니까 한 지점에서 날아오는 것처럼 보이는 거지, 실제로 별자리에서 날아오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매년 비슷한 시기에 같은 위치에서 유성우가 반복되는지도 궁금하거든요?
[기자]
소행성이나 혜성은 태양을 공전하는 과정에서 얼음이나 먼지 등을 떨어뜨리면서 지나간 궤도에 흔적을 남깁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잔해물과 우주 먼지들 사이를 공전하던 지구가 지나가게 되는데요. 이때 작은 알갱이들이 지구 중력에 의해 끌려 들어오면서 대기와 마찰을 일으켜 밝은 빛을 내고 사라지는 겁니다. 소행성이든 혜성이든 각 천체는 고유의 궤도를 돌고 있고, 특정 위치에 잔해물이 남게 되겠죠. 지구 역시 매년 태양 주위를 한 바퀴씩 도니까 특정 천체의 잔해 구름을 통과하는 시기 역시 특정할 수 있고요. 그래서 매년 특정 시기마다 똑같은 유성우를 볼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공전의 비밀이 담겨있었네요. 별 에게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은 애니메이션 '위시'이야기로 별똥별 얘기까지 나눠봤는데요. 별똥별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꼭 보러 가야겠습니다. 양훼영 기자와 함께했습니다. 고맙습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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