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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본색] '디지털 성범죄 영상'과 과학 기술의 전쟁

[앵커]
화제의 뉴스를 골라 과학 기자의 시선으로 분석하는 과학 본색 시간입니다. 오늘은 최소라 기자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 어떤 건가요?

[기자]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협박 영상물'이나, 당사자 동의 없이 촬영된 '몰래카메라 영상' 등이 여기 해당합니다.

오늘은 이런 디지털 성범죄 영상의 유포를 막는 기술,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는 시간을 준비했습니다.

[앵커]
최근에도 큰 이슈가 있기도 했고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가족에게도 큰 고통을 안기는 범죈데요. 최근 들어 추세가 점점 늘고 있다고 하는데, 어느 정돈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심의한 디지털 성범죄 건수가 지난 2014년에는 1,800여 건이었는데, 매년 두 배 이상씩 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7,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이 피해자들의 고통은 헤아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큰데요.

지난해 시행한 설문 조사를 보면요, 이런 디지털 성범죄 영상 피해자의 절반이 자살을 생각했다고 답했고요, 이 가운데 5명 중 1명은 실제 자살 시도를 했다고 합니다.

[앵커]
실제 자살 시도까지요…. 디지털 성범죄 영상, 지워도 지워도 계속 올라오고 악순환된다는 게 가장 큰 문젠데, 사실 사회 문제가 된 게 꽤 오래됐잖아요. 그런데 왜 아직도 근절되지 않고 있는 건가요?

[기자]
음란물이 유통되는 대표적인 경로인 웹하드 사이트를 살펴보면요,

최근에 드러난 웹하드 카르텔이 디지털 성범죄 영상이 끊임없이 유포되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웹하드 카르텔은 웹하드 사이트와 여기서 불법 영상을 걸러주는 필터링 업체, 그리고 불법 영상을 지워주는 디지털 장의사가 한통속을 이루는 건데요,

이런 구조 때문에 웹하드 업체들이 필터링에 꼼수를 쓴 겁니다.

[앵커]
꼼수를요.

[기자]
네, 필터에는 크게 약한 필터와 센 필터, 두 종류가 있는데요, 웹하드 업체들은 영화나 예능 같은 저작권 있는 영상을 거를 때는 센 필터를 적용했고요, 불법 음란물 영상을 거를 때는 약한 필터를 적용한 겁니다.

[앵커]
영화 같은 저작권 영상보다 불법 음란물에 더 약한 필터를 적용했다는 게 의문인데요. 여기서 말씀하신 약한 필터가 뭐죠?

[기자]
약한 필터라는 게 '해시 필터링'이라는 기술인데요, 이 필터는 사람으로 치면 대충 얼굴만 보고 걸러내는 방식입니다.

영상의 길이나 파일 용량 등 정보를 수치화한 '해시값'을 가지고, 이것과 일치하는 영상들만 걸러내는 건데요,

영상 화질을 살짝 바꾸거나 심지어 mp4에서 avi로 확장자만 바꾸더라도 해시값이 달라지거든요.

이 때문에 분명히 필터에 의해 걸러져 올라오지 말아야 할 불법 영상인데도 웹하드에 버젓이 올릴 수 있는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약간의 꼼수로도 필터를 벗어날 수 있었다는 거네요. 그럼 저작권 걸린 영상들, 예를 들면 영화 같은 것들, 이런 것들에 적용됐다는 센 필터라는 건 어떤 건가요?

[기자]
센 필터는 'DNA 필터링'이라고 불리는 기술인데요. 이 필터는 외형적인 모습이 아니라 절대 변하지 않는 지문을 검사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먼저 동영상에서 1초나 10초 등 일정한 간격으로 정지 화면들을 뽑아내고요, 거기서 색상의 비율, 질감, 주파수 등 정보를 추출합니다.

이 정보는 영상이 변조되더라도 쉽게 변하지 않아서 마치 유전자 같다고 해 DNA라고 부르는데요. 웬만하면 우리 눈으로 보기에 같은 영상이면
이 DNA도 같다고 보면 됩니다.

이 DNA를 기반으로 영상을 걸러내면 불법 영상은 절대 웹하드 사이트에 올라갈 수 없겠죠.

[앵커]
그러면 애초에 불법 음란물에도 말씀하신 센 필터, DNA 필터를 적용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왜 그동안 그러지 않았나요?

[기자]
웹하드 업체들이 이런 불법 음란물로부터 얻는 수익이 막대했는데요.

[앵커]
수익 때문이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최근 구속된 위디스크의 양진호 회장만 보더라도 음란물 유통으로 벌어들인 수익이 71억 원에 달한다고 밝혀졌습니다. 그 때문에 웹하드 업체들의 고의성이 의심되는 상황이고요.

한편으로는 감시 기관 혹은 기술 개발자들의 안일한 생각 탓이기도 했습니다. 실제 현장에서 들어보니, '영화를 불법 유통할 때는 쉽게 잡히지 않으려고 파일을 많이 변조하지만, 음란물은 많이 변조를 안 하지 않나, 약한 필터인 해시 필터로도 충분하지 않으냐' 이런 말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불법 음란물을 보면 원본 영상 상단에 작은 자막을 입히는 등 변조돼 올라오거든요, 그러니까 해시만 적용해서 불법 음란물을 잡아낸다는 건 정말 안일한 생각인 거죠.

[앵커]
그렇겠네요. 그럼 DNA 필터, 즉 강력한 필터로 불법 음란물을 걸러낸다면 지금 같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는 건가요?

[기자]
방금 말씀하신 것이 정부가 올해부터 적용하겠다는 건데요. 이번 달부터 정부 예산으로 음란물 DNA를 구축하고, 웹하드 사이트에 적용하겠다고 정부가 밝혔습니다.

웹하드 사이트에 이미 DNA 필터가 장착돼 있으니 불법 음란물 DNA만 있으면 되거든요. 그런데 DNA 추출하는 것이 생각보다 시간이 걸리더라고요.

[앵커]
DNA 추출이요?

[기자]
네, 경찰청이나 여성가족부, 시민단체의 협조를 받아 영상 자체를 확보해야 하는데, 쉽지 않고요, 요새 불법 음란물 용량이 커서 DNA 추출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이렇게라도 해서 불법 음란물을 막을 수 있으면 참 좋겠지만, 이 방법도 맹점이 있다고 합니다. 만약 피해자가 영상물로 협박을 받고 있는데 영상 자체가 없는 상태면 영상 DNA를 추출할 수 없잖아요.

이런 피해자들은 혹시 유포됐을 영상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웹하드 사이트 등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자기 영상인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앵커]
그럼 종합해보면 일단 피해를 본 영상이 있어야 하고, 시간이 좀 오래 걸린다는 단점은 있네요. 그래도 이런 디지털 성범죄, 완전히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이 도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기자]
이런 점을 인공지능이 도울 수 있다고 기술자들이 보는데요. 인공지능이 음란물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불법 동영상을 공유하려고 시도하더라도 인공지능에 걸러져 공유할 수 없게 됩니다.

음란물을 판단하는 인공지능은 해외 유튜브나 국내에선 네이버 등이 자체 개발해서 쓰고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정부 기관에서도 음란물 걸러내는 인공지능 필터를 개발 중입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인공지능 필터를 제가 보고 왔는데요, 무해 영상을 유해로 판단하거나, 유해 영상을 무해로 오판하는 경우가 간혹가다 있기도 했지만, 정확도가 현재 96.7% 정도라고 하고요.

판도라TV라는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 시범 적용도 해봤다고 합니다. 연구진이 말하는 인공지능이 넘어야 할 허들이 있는데요, 협박 영상물은 사실 수위가 안 높다고 인공지능이 판단할 수 있어도 개인에게 피해가 매우 큰 경우가 많습니다.

인공지능이 영상을 보고 음란성이 약하다고 판단하더라도 개인에게는 치명적인 영상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런 부분을 고려하면 인공지능이 DNA 필터를 대체하는 것보다는 보조하는 방법, 병용하는 방법으로 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그러니까 DNA 필터나 말씀하신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서 디지털 성범죄, 하루빨리 근절했으면 좋겠는데요. 말씀하신 필터들, 웹하드 사이트뿐만 아니라 여러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에도 적용 가능한가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의 경우 사이트 UI를 분석하고, 거기 올라와 있는 영상 정보를 DNA와 비교하면 됩니다. 다만 이렇게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지만, 영상을 일일이 삭제 요청을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인데요.

해외 사이트나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는 삭제 협조를 안 해줘서 더 긴 시간 걸린다고 하고요, 인터넷 사이트뿐 아니라 토렌트 같은 파일공유 사이트의 경우도 시드라는 정보를 분석해 영상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올린 사람, 받는 사람 아이피도 추적할 수 있고요, 실제 지난 화요일에 제가 필터링 시스템을 직접 봤는데요, 현재 상영 중인 디즈니 영화를 누가 다운받고 있는지 살펴봤어요. 그랬더니 600명이 내려받고 있다고 나타났습니다.

업로더 다운로더 위치가 단번에 보였고, 여기서 통신사가 추적하면 개인을 완벽하게 식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불법 영상을 올리는 것, 내려받는 것, 반드시 잡히니까 절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앵커]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디지털 성범죄 영상과의 전쟁, 과학기술이 가해자들에게 단죄를 내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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