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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텅 빈 공용물품…책임감 없는 사회

[YTN 사이언스] 텅텅 빈 공용물품…책임감 없는 사회

[앵커]
몇 년 전 '양파 거지', '연필 거지'라는 말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마트에서 무료로 제공한 물건을 일부 손님들이 마구 집어가면서 생긴 말이었는데요.

우리 주변에서도 '공용'이라는 말이 붙으면 '내 것'보다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죠.
'나 하나쯤이야' 하는 마음으로 책임감 없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책임감 없는 사회 속에 만연한 우리의 심리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책임감 없는 사회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 하는데 교수님은 스스로 책임감 있는 시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어려운 질문을 하시는군요.
저 자신은 가능하면 책임감 있게 행동하려고 하고요, 한 가지 기준은 남이 보거나 보지 않거나 신경 쓰지 않고 일관된 행동을 하려는 것이 하나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네, 아무래도 그렇죠.

[앵커]
요즘 이기적이고 배려 없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는 것 같은데요.

책임감 없는 사회에는 어떤 특징들이 나타나나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보다 자신이 중요하잖아요.
책임감 없는 자기 자신(만 중요하고), 조금 더 확장하자면 자신의 가족까지는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신조어 중의 하나가 '가족 이기주의'란 말이 있고요.

또 하나는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공감하지 않는 거예요.
그냥 지나치거나 방관하는 태도를 보이고요.
그러면서 재밌는 건 뭐냐면 자신이 손해 봤다고 생각할 때는 불만이나 불평을 아주 강하게 어필하는 그런 사람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특히 공공물건이라든지 공공서비스에 대해서 마구 써버리고 함부로 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심리 법칙이 있는데요, 그것을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합니다.

[앵커]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이게 어떤 심리적 용어인지, 화면으로 함께 보실까요?

"공유지에서 양을 잘 키워봐야지!"

아, 지금 바닥에 풀이 많이 없어졌네요.
여기가 공유지인데, 공유지에 풀이 다 없어져서 결국은 망하게 됐다, 다 같이 피해를 보게 됐다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제가 설명해 드릴 게 별로 없는 것 같은데요.
1968년에 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된 논문 중에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논문이 올라왔어요.
그 내용이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무료로 공동 목초지를 만들어 놓으니까 각자 자기 양을 데리고 나와서 방목한 거죠.
그래서 양이 풀을 뜯어 먹다 보니까 풀이 하나도 남지 않은 거예요.

무료로 모든 사람을 위해서 열어놨더니 나중에 황폐해졌다는 이야기인데요.

개인의 사리사욕을 극대화하면 공동체 전체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이론을 말하는 게 '공유지의 비극'입니다.

생각해보면 '남들 다 사용하는데, 나만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야'라고 하는 생각이 있을 수도 있고요.

'나 하나쯤이야'라고 아까 말씀하셨지만, 책임감 자체가 분산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앵커]
이 '공유지의 비극'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저희가 화면을 준비했는데, 화면 함께 보시죠.

지하철의 시민 문고인데요.
원래 책이 가득 차 있는데, 군데군데 비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림을 보니까 아까 공유지의 비극처럼 공용 물품을 함부로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원래는 사용하고 제자리에 가져다 놔야 하잖아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그렇죠, 그래도 저 문고에 몇 권 남아있는 게 놀랍네요.

그게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의 공공대여 서비스라는 게 있잖아요.
그래서 우산이라든지 의약품, 휴대폰 충전 같은 것도 가능하고요.

처음에는 시민들을 위해서 편의 제공하는 것으로 이용했는데, 실제로 하다 보니까 공공재 같으니까 다 가져가 버리는 거죠.
지하철의 우산대여 서비스도 회수율이 너무 낮으니까 중간에 없어지게 되고, 최근에 시행된 비상의약품들도 앞으로 살아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앵커]
생각을 해보면 저도 학생 때 친구들과 같이 세트메뉴로 중국 음식을 시켜먹어 보면 다들 자기 짜장면은 안 먹고 탕수육만 먹다가 탕수육이 금방 사라지는, 이런 공유지의 비극을 겪었던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보면 사실 이런 것들이 서로 얼굴 붉히고 말지만, 사회적으로는 굉장히 큰 문제가 될 것 같거든요.
어떤 문제를 초래하게 되나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개인적으로는 싸움 나겠죠.
그런데 사회적으로는 도로나 공원 같은 경우에는 공공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잖아요.
그런 것들도 황폐화할 수 있고 무엇보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공기라든지 지하자원 또는 산림자원 등 이런 자연환경 자체도 공유지인데, 이건 미래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들이잖아요.

그런데 이것을 함부로 막 쓰다 보면 결국은 고갈되어 버리니까 그런 현상이 생기고, 그러면 결국 미래가 없는 그런 일이 생깁니다.
어떤 사람들은 다 사라지기 전에 나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는 분도 계신데요.
그렇게 되면 급속도로 자원이 고갈되는 재앙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앵커]
저희가 또 다른 예시를 준비했거든요.
화면 함께 보시죠.

네, 이 그림에서는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굉장히 넘쳐 보이는데요.
다른 곳에서 온 쓰레기들도 보이는 것 같고요.
어떻습니까?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네. 실제로 어떤 백화점에서 백화점 길거리 앞에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쓰레기통을 설치했는데요.
오며 가며 거리에 있는 쓰레기를 주워 넣으면 깨끗하게 도로가 정돈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사람들이 거기에 쓰레기를 계속 가져다 놓는 거죠.
심지어 자신의 집에 있는 쓰레기를 들고나와서 그 쓰레기통에 가져다 놓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결국 백화점 측에서는 좋은 의도로 했지만, 나중에는 악취가 나고 하니까 결국 쓰레기통 자체를 없애버렸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현상을 설명하는 심리 법칙 중 하나가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는 게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만약에 도로에 차가 방치되었을 때 유리창 같은 게 깨져 있잖아요.
여기서는 치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구나, 이런 하나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그래서 훨씬 약탈이라든지 위법행위가 많아진다는 건데요.
쓰레기통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넘쳐나게 되면 실제로 봤을 때 '아, 나도 여기서는 쓰레기를 버려도 되는구나'라고 생각하니까 일종의 깨진 유리창 이론처럼 사람들이 낭비하게 되고 남용하게 되고 이기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거죠.

[앵커]
아무래도 정돈이 잘 되어있게 되면 곱게 가져다 놓을 것도 어지럽게 되어 있으면 사실 휙 던지고 마는 것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네. 쉽게 생각하는 거죠.

[앵커]
세 번째 그림, 저희가 준비해봤는데요.
함께 보실까요?

아, 지금 상황을 보니까 소매치기를 당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거든요.
그런데 사람들이 보고도 가만히 있는군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저런 경우 굉장히 많죠.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도와줄 것 같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방관합니다.

그래서 붙은 이야기가 책임감이 분산되기 때문에 그때 나온 것이 '방관자 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실제로 1964년 여성 제노비스가 강도에 의해서 칼에 찔려 죽는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는데요,
그 당시에 많은 목격자가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놀라운 결과입니다.

[앵커]
아, 도와주지도 않을뿐더러 신고도 하지 않았다고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네, 신고도 전혀 하지 않았어요.
아마도 '나 아니라도 누가 도와줄 거야' 이런 식으로 책임감 자체가 회피되고 분산되니까 생기는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앵커]
그래서 위험에 처하게 되면 '빨간색 옷 입으신 분 도와주세요'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야 한다던데, 사실인가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네, 실제로 그렇게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왜냐면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을 때는 모두의 책임이고 어떻게 보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게 되지만, "빨간색 모자인 분 도와주세요"라고 하면 책임감이 특정한 사람에게 특정되니까 자신이 책임감을 느끼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뭐라도 행동하게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목해서 도움을 요청하라는 게 하나의 비결이 될 수 있습니다.

[앵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닌 심각한 사회현상이라고 생각되는 데요.
그런데 이게 아까 말씀해주신 대로 '남들이 저렇게 하는데 나도 손해 보기 전에 나라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인간적으로 들 것 같거든요?
어떻게 해야 이렇게 되는 걸 막을 수 있을까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글쎄요, 참 어려운 문제인데요.
특히 점점 더 사람들이 복잡한 삶을 사니까 자신이 손해 보려고 하는 성질이 많지 않잖아요?
그런데 '나도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늘 다른 사람 이야기만 하는 게 아니라요.

두 번째는 뭐냐면 많은 사람이 패배주의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아요.
'나 하나 뭐 한다고 달라지겠어?'와 같은 패배주의적인 성격이 있는데, 나 하나가 먼저 시작하는 것이 사회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고요.

결국은 '나'보다 '우리' 의식으로 돌아가야 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앵커]
그럼 책임감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우리가 또 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특히 두 앵커분처럼 방송이나 언론에서 좋은 일을 하고 계시는데, 조금 더 좋은 사건들을 많이 보도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안 좋은 이야기만 하니까 사람들이 '다 저렇잖아'라고 생각하니까 좋은 것을 보여주고 각자 노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앵커]
저도 좋은 뉴스를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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