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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B] 비만 대물림…유전자 꼬리표

[카페 B] 비만 대물림…유전자 꼬리표

[앵커]
바이오 분야 핫이슈와 트렌드를 알아보는 '카페 B'입니다.

매주 이 시간 저희와 함께할 바이오 길라잡이 이성규 기자 나왔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지난 시간에는 노화의 열쇠에 대해 살펴봤는데, 이번 시간에는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기자]
최근에 제가 득남을 했는데, 아이 건강에 가장 많은 관심이 쏠리더라고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데, 집사람이 늘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기로부터 좋은 유전자를 물려받아서 아이가 건강하다, 이런 말이죠.

[앵커]
그런 얘기 들으면 좀 섭섭할 것도 같은데요?

[기자]
그렇기도 한데, 건강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런데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는 자라면서 다 건강한 걸까요?

[앵커]
일란성 쌍둥이라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100% 같을 텐데, 둘 다 유전병에 걸리든 아니면 아예 안 걸리든지 해야 맞지 않나요?

[기자]
신기한 일인데요. 이와 비슷한 사례를 벌의 세계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암컷 유충 중 어떤 유충이 나중에 여왕벌이 되는지 혹시 아세요?

[앵커]
꿀만 먹어봤지 벌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요, 태어날 때 정해지는 것 아닌가요?

[기자]
그렇지 않습니다.

모든 암컷 유충의 유전자는 다 똑같습니다.

그런데 로열젤리를 먹고 자란 유충은 여왕벌이 되고, 꿀만 먹고 자란 유충은 일벌이 됩니다.

[앵커]
무엇을 먹는지가 중요하다는 건데요.

쌍둥이의 경우에도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건강 상태가 다르다는 건가요?

[기자]
쌍둥이나 벌이나 모두 유전자는 같습니다.

하지만 자라면서 무엇을 먹는지 또 음주나 흡연 등이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식사나 생활 습관에 대한 정보가 유전자에 일종의 꼬리표처럼 붙게 되는데요.

이 꼬리표가 유전자가 발현되는 단백질이 많거나 적게 만들어지도록 작용해 우리 몸에 변화를 불러온다는 설명입니다.

[김정애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선임연구원 : 일란성 쌍둥이나 벌의 군집 경우에 유전자, 생명 정보 지도는 똑같아요. 예를 들면 어떤 회로를 만들었는데, 어느 회로에 불이 들어오게 할 것인가? 그것을 작동하게 하는 기전이 다른 겁니다.]

[앵커]
유전자 자체는 정상이지만, 평소 나의 식생활이나 음주, 금연 등 생활 습관이 유전자에 꼬리표 형식으로 각인된다는 설명인데요.

이 같은 꼬리표가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식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거군요.

[기자]
'가난의 대물림'이란 말 들어봤을 텐데요.

요즘엔 '비만의 대물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만과 관련한 흥미로운 생쥐 실험이 있었는데요.

비만 쥐가 새끼를 낳더니 새끼 쥐도 비만이고요.

이 새끼 쥐가 자라서 나중에 또 새끼를 낳더니 그 쥐 역시 비만 쥐라는 겁니다.

[앵커]
원래 쥐의 비만 정보가 생식세포 유전자에 꼬리표로 남아 아들 쥐에 전달되고, 이게 다시 손자 쥐에 전달됐다는 거군요.

유전자에 붙은 꼬리표도 결국 유전된다는 건데요. 사람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사람의 경우도 유전자 꼬리표가 후손에게 전달되는 것으로 과학계는 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차 대전 당시 네덜란드 대기근인데요.

대기근 당시 잘 먹지 못한 임신부의 아이들이 자라서 비만이 되더라는 겁니다.

적게 먹고도 생존을 위해 몸에 에너지를 저장하는 정보가 꼬리표로 유전됐다는 얘기죠.

그래서 그 후손은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더 쉽게 몸에 저장하게 되고, 그 결과 살이 찌게 된다는 겁니다.

[앵커]
엄마의 영양 상태, 엄마가 뭘 먹는지 또 엄마가 처한 환경이 중요하다는 건데요.

아빠의 경우는 어떤가요?

[기자]
흥미롭게도 엄마뿐만 아니라, 아빠의 영양 상태, 아빠가 처한 환경도 아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칩니다.

아까 비만 쥐 실험에서 수컷 쥐가 비만일 때도 자식 쥐에게 영향을 미쳤고요.

이와 별개로 연구에서 수컷 쥐에게 특정 냄새를 맡게 하면서 전기자극을 줘 냄새만 맡으면 공포감을 느끼도록 만들었는데요.

이 쥐가 낳은 새끼 쥐에게 전기 자극 없이 특정 냄새를 맡게 했더니, 이 쥐 역시 공포감을 느꼈다는 겁니다.

비만이나 냄새-공포 관련 정보가 아빠의 정자 유전자에 꼬리표로 붙어 자식에게 전달됐기 때문인 거죠.

[앵커]
정리하면 자식의 건강에는 엄마, 아빠 모두의 식습관, 생활 태도가 중요하다는 건데요.

균형 잡힌 식생활, 금연이 몸에 좋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내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겠네요.

그런데 유전자 꼬리표, 암과 관련해서도 중요하게 활용되고 있다죠?

[기자]
암은 유전자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유전자 돌연변이로도 발생하지만, 유전자에 꼬리표가 잘못 붙어서 암이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따라서 암을 유발하는 꼬리표를 찾아내고, 이것을 떼어낼 수 있다면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김영준 /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 어떤 부분에 꼬리표가 암세포에 잘못 붙었는가를 확인하고 잘못 붙인 꼬리표를 어떻게 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려보낼 수 있을까, 꼬리표를 잘못 붙이는 효소에 대한 저해제를 개발하는 것이 암 후성유전학을 연구하는 중요한 분야가 되겠죠.]

[기자]
유전자 꼬리표와 관련해서 한 말씀 덧붙인다면, 유전자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돌연변이의 경우 이를 교정하는 것은 굉장히 힘듭니다.

이에 비해 유전자 꼬리표를 떼어내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에서 질병 치료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고 볼 수 있고요.

또 유전자 꼬리표는 평소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이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앞서 설명했는데요.

바꿔 말하면 평소 잘 먹고 건강한 생활을 하는 것이 건강에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