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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는…웰다잉

■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앵커]
사람은 누구나 늙고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죠. 하지만 죽음의 순간이 언제인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잊은 채 살아가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현대인들 사이에서는 삶을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합니다. 오늘 <생각연구소>에서는 ‘웰 다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10여 년 전쯤 웰빙 문화가 시작하고 열풍이 있었는데, 최근에 웰 다잉, 아마 죽음에 관련한 거겠죠? 어떤 내용인가요?

[인터뷰]
아무래도 살아온 날을 아름답게 잘 마무리하자, 그런 게 중요하죠. 그래서 보다 평온하게 자기 삶에 대해서 다시 정리하는 시간이 되겠는데요.

죽음을 미리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부분이지만, 남아있는 날을 잘 뜻깊게 보내는 것이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고령화라든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가족도 해체되고 1인 가구도 늘어나는 상황이잖아요.

그러다 보면 주변에서 고독사라든지 이런 것들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웰 다잉의 트렌드가 점점 더 확산하는 추세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식으로 요즘 웰 다잉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한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고요?

[인터뷰]
네, 가장 보편화 되어 있는 게 여러분이 잘 아시는 ‘버킷리스트'가 있죠, 죽기 전에 꼭 해야 할 일의 목록을 적어놓는 거잖아요.

그다음에 언제든지 남김없이 떠날 수 있도록 '엔딩 노트'라는 걸 작성해둡니다.

여러 가지 자신이 적고 싶은 걸 남겨 놓는 거죠.

또한, 가끔 돌연사하는 분이 있어서, 또 어떤 경우는 말씀을 못 하게 될 경우도 있어서 이걸 대비해서 유언과는 별도로 자신의 자산이라든지 존엄사, 연명치료 여부, 장례 방법, 상속 여부 등을 미리 적어 놓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네요.

게다가 죽음을 미리 체험해보는 프로그램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사전에 유언장을 적어 보는 것도 물론 있지만, 영정사진을 찍기, 관속에 10분 이상 누워보는 입관체험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한 기업인이 생전장례식을 열어 주목받았는데요. 살아있는데 장례식을 한 거죠.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고마쓰 씨가 자기 생의 끝자락에서 생전 장례식을 베풀어서 사람들에게 장례식을 열었는데요.

건강이 더 나빠지기 전에 사람들을 만나서, 그동안 감사했다, 같은 말을 전했다고 합니다.

[앵커]
'생전 장례식', 굉장히 독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보통 죽으면 인사를 할 시간도 없이 떠나는 경우가 많은데, 굉장히 색다른 것 같은데요.

이렇게 장례식 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다고요?

[인터뷰]
네, 취업포털 커리어가 설문 조사를 했는데요.

직장인 370명을 대상으로 ‘생전 장례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어요.

그런데 놀랍게도 설문응답자 69.2%가 긍정적이라고 답했어요.

[앵커]
거의 70%에 달하네요.

[인터뷰]
10명 중 7명에 달하는 정도가 긍정적으로 반응했는데요.

그 이유를 물어보니까, 장례식이 꼭 슬픈 분위기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 44.9%고요.

많은 사람과 미리 작별인사를 나눌 수 있어서가 27%, 현재 장례식이 지나치게 허례허식이 많냐가 18%, 사람이 죽은 다음에 치르는 장례가 의미가 없어서가 7%, 마지막으로는 남은 이들도 이별 준비를 할 수 있어서가 3.1%였습니다.

결론적으로 장례식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거죠.

[앵커]
죽음에 대해서 떠올려보면 내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죽음을 통해서 어떤 삶의 가치를 떠올려볼 수 있을까요?

[인터뷰]
그에 관해서 미국 예일대 철학과 교수인 셸리 케이건이라는 사람의 강의가 중요한데요.

'죽음'에 대한 강의가 상당히 유명한 강의에요. 아이비리그 3대 명강의 중의 하나인데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청중들이 많이 강의를 듣는 이유 중 하나가 뭐냐면 지금 남아있는 날들을 새롭게 살아봐야겠다는 삶의 동기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는 거죠.

죽음이 끝이 아니라 오히려 유한하니까 현재 상황을 조금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합니다.

[앵커]
그래서 그런지 해외에는 죽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나라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네, 찾아보니까 재밌는 것들이 있더라고요. 특히 멕시코에서는 '죽은 자의 날'이라는 특별한 날이 있는데요. 이건 몇 세기를 이어온 풍습이라고 하네요.

죽음의 가치를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멕시코인들은 죽은 사람들이 이승으로 돌아와서 사랑하는 사람들 곁에 머문다고 믿는다고 해요.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사람들은 멕시코 전역의 공원과 건물, 가정에 특별한 제단을 마련해놓고 죽은 자를 기리는 풍습이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해골 옷을 입고 행진을 펼치고, 묘지로 음식과 꽃을 가져가 밤새 노래를 부르며 떠난 이를 기린다고도 합니다.

[앵커]
이 '죽은 자의 날'을 다룬 영화도 있잖아요. '코코'라고 혹시 보셨나요?

[인터뷰]
저는 보지는 못했는데, 저도 그 이야기나 장면을 본 적 있습니다.

[앵커]
저도 본 적 있습니다. 'Remember Me, 기억해줘', 기억나네요.

[인터뷰]
일본에서는 ‘유언의 날’이 있어서요, 상속 변호사를 만나서 자신의 삶을 정리하는 날이 있다고 하고요.

서구 몇몇 나라 같은 경우는 초등학생들에게 죽음에 관한 죽음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이렇게 죽음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죽음을 미리 대비하는 자세는 중요해 보이는데요.

하지만, 보통 죽음을 생각하면 무섭고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잖아요.

[인터뷰]
그렇죠, 어릴 때를 생각해보면 죽음이 가장 무서운 거잖아요.

[앵커]
누구나 죽기 싫어하니까요, 여기에 담긴 심리는 뭘까요?

[인터뷰]
아마도 죽음 자체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죽어가는 ‘과정’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부분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 많잖아요.

그 과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이런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거고요.

두 번째로 죽음 자체가 현실에서 완전히 소멸하는 것이기에 인간은 연속성을 추구하는 본능이 있어요.

그런데 자신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소멸한다고 하는 게 두려운 거고요.

특히 소멸하고 나면 정말 사랑하는 가족들도 볼 수 없고, 이 세계도 다시 볼 수 없다는 두려움이 있겠죠.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것도 이 두려움을 더하는 요소가 될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종교적 신념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후세계에 대한 공포도 있다고 해요.

사후세계가 어떤 곳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아요.

그러니까 알 수 없는 어떤 것들에 대한 두려움을 피하고 싶어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죽음도 공포스러울 수 있습니다.

[앵커]
최근 우리나라에서 자기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존엄사법이 올 2월 4일부터 시작됐는데, 사실 연명 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고요?

[인터뷰]
일단 연명 의료라는 것 자체가 치료 효과 없이 생명만을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의료행위인데, 보통 심폐소생술이라든지, 인공호흡기를 부착한다든지,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 이런 의료행위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2월 4일 존엄사법이 시행됐잖아요.

2달 동안 시행해보니 연명 의료 중단을 원하는 사람이 3,274명 정도 됐다고 해요.

그런데 그로부터 6개월이 지난 10월에 조사해보니 총 연명 의료를 중단한 사람이 2만 742명으로 굉장히 증가했는데요.

예전에는 연명 의료 중단할 때 환자 본인보다 가족이 결정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존엄사법 시행하고 나서부터 자기 자신이 연명 의료계획서를 써서 "나는 연명 의료를 중단하겠다"고 말한 환자들이 6,836명 있었다고 합니다.

이 계획서는 마지막 임종하기 전에, 임종이 임박한 환자들에게 의사들이 받는 거거든요.

"나는 연명 의료를 하지 않겠다"고 말하면 된다고 하네요.

[앵커]
최근에는 연명 의료법에서도 중단하는 연명 의료 행위도 늘리고 가족 전원의 동의를 받지 않도록 하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더라고요.

앞으로 이런 존엄사를 선택하는 환자들이 더 늘어날 것 같은데, 죽음을 맞이하는 자세는 어때야 할까요?

[인터뷰]
일단 죽음은 두렵죠, 누구에게나. 그런데 특정한 종교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원래 생성된 것들은 소멸되는 것 같아요. 이런 말이 있잖아요.

삶이 없었다면 죽음도 없었다, 일종의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이고 세트인 거예요, 삶과 죽음이라는 것이요.

인생이 유한한 것이라고 볼 때 계속 두렵다고 피할 것인가, 아니면 유한한 인생이기 때문에 현재 삶에 좀 더 집중해서 더 의미 있게 살 것인가, 이건 우리의 선택의 문제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말기 암 환자들이 적어놓은, 그러니까 삶을 돌아볼 때 후회스러운 게 뭐냐고 물었더니 크게 세 가지를 이야기하더라고요.

하나는 평소에 건강 잘 챙길 걸, 후회하는 거죠. 두 번째는 자기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에게 고마웠다, 사랑한다는 말을 좀 더 자주 말할 걸, 세 번째는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일을 맘껏 해 볼 걸, 이렇게 세 가지를 후회한다고 하거든요.

[앵커]
와 닿는데요?

[인터뷰]
만약에 평상시에 이 세 가지를 우리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이 세 가지를 후회하지 않도록 지금 현재에 집중해서 좀 더 열심히 살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고요.

그래서 주변에 가깝고 소중한 사람들에게 오늘 고맙다, 사랑한다고 한번 해보시는 건 어떨까 생각합니다.

[앵커]
저희도 그렇고 교수님도 그렇고 아직 젊은 나이이기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은가 생각이 드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평소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 나누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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