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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투데이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 탓…베네펙턴스 현상

■ 이동귀 /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앵커]
'잘되면 내 탓, 안되면 남 탓'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보셨을 것 같은데요.

함께 일을 진행했던 사람이 이런 행동을 보인다면, 기분이 매우 불쾌하겠죠.

이들은 왜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걸까요? 오늘 <생각연구소>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와 함께합니다. 어서 오세요.

'일이 잘되면 내 덕, 아니면 남 탓' 저는 정치인에게서 많이 본 것 같은데요. 교수님도 혹시 이런 경험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인터뷰]
예를 들어 이 방송할 때 생각해보면, 오늘 방송이 잘 되면 '오늘 내가 참 잘했어.' 이렇게 생각하고, 잘 안 되면 '이번에 선정한 주제가 어려웠어.' (이렇게 생각해요.)

[앵커]
아, 저희는 저희 탓하실까 봐 마음 졸였어요.

[인터뷰]
탓할 이유는 없죠.

[앵커]
다행이네요. 그런데 이런 현상을 말하는 심리학 용어가 따로 있다고요?

[인터뷰]
네, 사실 용어가 주로 외국어잖아요. 영어 같은 건데, 발음은 어렵습니다만, '베네펙턴스 현상'이라고 합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팀으로 일할 때가 있잖아요. 일이 잘되면 꼭 이런 사람이 있습니다.

나중에 성공해서 일이 다 잘되면 함께 기뻐해야 하잖아요. 그때 그 공을 자신이 다 독차지하는 거예요.

'다 나 때문(덕분)이야.'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죠. '내가 결정적으로 기여했잖아' 이렇게요.

반대로 일이 잘 안 돼서 실패하게 되면 '결정적으로 당신이 실수해서 그랬어'라고 하는 거예요, 이렇게 말하는 현상을 '베네펙턴스 현상'라고 하는데요.

'베네펙턴스(beneffectence)'이라는 말은 원래 '자비심, 선행'(beneficence) 이런 건데 누구한테 자비심을 느끼느냐면 자기 스스로에게 자비심을 느끼고, 효과라는 말을 뜻하는 'effectance'라는 말과 합쳐서 '베네펙턴스(beneffectence) 현상'이 되는데요.

사회심리학자인 앤서니 그린월드가 이 말을 시작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조금 전에 예를 간단하게 들긴 하셨지만, 예만 들어도 화가 나고 얄밉거든요.

대표적으로 어떤 사례들이 있을까요?

[인터뷰]
좀 전에 말한 사례가 가장 전형적인 건데요. 회사 같은 곳에서는 팀으로 주로 일하잖아요.

대리도 있고 과장, 부장, 여럿 많잖아요, 나중에 논공행상하게 됐을 때 이 팀이 성공했다고 하면 그 공로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가 중요하잖아요.

그동안은 일도 안 했던 상사가 딱 낚아채는 거예요.

그렇다면 어떻겠습니까, 부하 직원 입장에서는 맥 빠지고, 억울하기도 하고, 말하기도 모호하게 되잖아요.

특히 회사에서 많은 갈등 중 하나가 이런 현상 때문에 생기는 거고요.

요즘 취업하기 어려운데, 취직됐을 때 사람이 흔히 보이는 반응을 생각해보면 '역시 내가 능력이 뛰어나'라든지 '내가 열심히 공부했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해요.
취직이 안 되면 어떻게 됩니까? 만약 면접에서 떨어지게 되면 '그 회사가 너무 깐깐해'라든지 '인재를 알아볼 줄 모르네'라든지 '그동안 가족들이 나를 많이 지원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생겼어.' 이렇게 이야기하죠.

그래서 그런 말들이 있잖아요, 요즘 많이 하는 이야기 중에 '내로남불' 들어보셨습니까?

[앵커]
네, 들어봤죠.

[인터뷰]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이렇게 쉽게 생각하기 쉽죠.

[앵커]
그런데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게요, 심리적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뇌의 작용 때문이라는 말이 있다고요?

[인터뷰]
구체적인 뇌의 기전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뇌와 관련되죠.

[앵커]
인성 문제 아니었나요?

[인터뷰]
너무 도덕으로 몰고 가면 안 되고요.

뇌라는 것 자체가 어떤 인식이라든지 행동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성화되도록 하는 작용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대부분 사람은 성공한 사람의 공로를 크게 보게 되고, 자신이 뭔가 실패했다든지 자신의 책임은 가능하면 가볍게 생각하도록 이루어지는 심리 기전이 작동하는데요.

그 이유가 자신이 성공한 걸 자신의 공로로 돌리게 되면 아무래도 자아 존중감이 높아지겠죠.

기분이 좋아지고, 또 하나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을 확률이 높아집니다.

뭔가 내가 잘했다고 이야기하면 잘했다고 생각하고 일 잘한다고 생각하니까, 결국 이것이 우리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합니다.

반대로 어떻습니까? 내가 잘못했다고 하는 건 가능하면 그걸 피하고 싶고 직면하고 싶지 않은 거잖아요.

만약에 내가 잘못 했다는 걸 자신이 직면하게 되면 우울하거나 죄책감을 많이 느끼게 되는데, 사실 우울한 환자들에게 '베네펙턴스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실제로 굉장히 잘했는데도 불구하고 그걸 자신의 공로로 돌리지 못하고, 자기 처벌적으로 자기 비난하는 방식으로 돌아가니까 얼마나 힘들겠어요.

[앵커]
자신을 깎아내리는 방식으로요.

자신으로 인해서 모든 게 내 덕이라고 하는 것까지는 이해하더라도 남 탓 돌리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것들, 자신이나 남들의 행동에서 원인을 찾는 행동을 '귀인 이론'이라고 한다고 들었는데, 정확하게 뭔가요?

[인터뷰]
'귀인'이라는 말이 좀 어렵죠.

귀한 사람이라는 뜻이 아니고, '원인'의 '인'자 이기 때문에 그 원인을 어디로 귀속시키는가를 말하는 심리학 용어입니다.

사람들은 대게 애매모호한 상황이 되면 어떤 일이 무엇 때문에 일어나는지 판단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일종의 오류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일종의 '귀인의 오류'가 생기는데요, 그걸 '자기 위주 편향'이라고 합니다.

자기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으로, '자기 위주 편향'이라는 단어인데요.

지금 말씀하신 내용이 그거죠,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성격이나 능력, 내부적인 특성으로 원인을 돌리는 특성이 있고, 만약에 뭔가 실패했을 때는 그걸 환경이나 다른 사람 같은 외부로 귀인 하는 특성이 생깁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자존감을 보호하거나 증진하려는 목적으로 진행됩니다.

[앵커]
방금 말씀하신 '자기 위주 편향'은 다양한 연구에서도 관찰된 현상이라고 하던데요. 어떤 연구였나요?

[인터뷰]
이게 관련한 연구가 많이 있는데 그중에 캠벨과 세디키데스가 한 연구 중에 몇 가지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자기 위주 편향이 어떨 때 더 강하게 일어나는가 실험해봤더니 자존감이 위협받는 상황일수록 자기 위주로 편향이 더 강하게 활동한다고 합니다.

[앵커]
약간 방어기제처럼요?

[인터뷰]
그렇죠, 왜냐면 자신의 자존감을 깎아내릴 것 같은 위협이 느껴지면 훨씬 더 자기 공로를 크게 나타내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또 연령과의 관련성도 봤는데요.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자기 위주 편향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일이 생겼을 때 남 탓하는 게 줄어들게 된다는 거죠.

현명해진 것일 수도 있고, 살아보니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죠?

그리고 세 번째는 어떤 일을 자신이 직접 했을 때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관찰했을 때 자기 위주 편향이 나타나는 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자기가 직접 관여해서 자신이 직접 했던 행위자에게는 자기 위주 편향이 강하게 나타나는 반면에 다른 사람이 어떤 행동하는 걸 관찰했던 제 3자의 경우에 그럴 필요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훨씬 더 객관적으로 판단하게 되고요.

한 가지만 더 소개해드리면 더글라스와 존스라는 학자가 한 연구인데, 이건 뭐냐면 자기 위주 편향이라고 하는 게 핑계 만들기 전략을 많이 하는 사람과 관련 있다고 합니다.

[앵커]
무슨 내용이죠?

[인터뷰]
이게 뭐냐면 예를 들어 이것이죠.

한 가지 예를 들면 우리가 어떤 사람을 보면 기한이 있는데 그 기한까지 계속 꾸물거리고 미루고 미루는 사람이 있는데, 이런 사람들이 왜 미루는지 들어봤더니 나중에 결과가 안 좋게 나타날 수 있잖아요.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너 능력 없지?' 이렇게 말할까 봐 미리 이야기하는 거예요.

'사실 나는 실력이 있는데, 시간이 짧았어.' 이런 식으로 뭔가 핑곗거리를 만드는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 이런 사람을 특히 자기 위주 편향이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사실 미리 그런 걸 만들어 놓은 건 좋은 것 같은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취약한 자존감이 무너질까 봐 미리 수를 쓰는 거죠.

[앵커]
'자기 위주 편향'이라는 것, 어떻게 보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하는 것 같은데, 계속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터뷰]
특히 말씀하신 것처럼 '사회적으로'라는 말이 중요한데, 대인관계에 상당히 타격을 받습니다.

같이 일했는데 혼자 일했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어요? 저 사람은 자랑한다며 보기 싫겠죠.

그다음에 자신이 공로를 다 차지하고, 그런 것까지 괜찮다고 합시다.

다 같이 했는데 결국 결과가 안 좋으면 어떤 한 사람을 지목해서 그 사람을 비난하면 어떻겠습니까? 그러면 회사 생활할 때 상당히…. 제 생각에는 신임을 많이 잃을 거예요.

[앵커]
그러면 이런 '자기 위주 편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인터뷰]
가장 중요한 게 역지사지하는 마음이잖아요.

그러니까 그 사람 입장에서 그게 어떨 건지 생각해보고 만약에 성공했다면 도와준 사람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두 번째, 실패했을 때는 그 사람을 비난해서 불평하기보다는 이 일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더 나은 것을 배울 것인가, 생각하는 게 좋겠고요.

합리적으로 의심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라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어떤 일이 잘못됐을 때 그 사람을 무조건 비난하기보다는 저 사람도 내가 모르는 어떤 이유나 상황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그 상황을 감안하는 것이 합리적인 의심이 되겠죠.

그렇게 할 때 서로 배려하거나 좀 더 후회할 일을 방지할 수 있겠습니다.

[앵커]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상처 주지는 않았는지, 요즘 역지사지라는 말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지금까지 <생각연구소> 연세대학교 심리학과 이동귀 교수였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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