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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첨단 미래 그린다…김초엽 SF 작가

■ 김초엽 / SF작가

[앵커]
인류가 이뤄낸 첨단과학시대, 그 원동력은 아마도 상상력일 겁니다. 지금보다 더 발전된 기술, 더 나은 세상을 끊임없이 꿈꿔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는데요.

앞으로, 첨단과학기술은 인류를 어떻게 바꿀 것이며, 또 인류는 어떻게 적응해나갈까요? 이 문제를 소설이라는 장르를 통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과학소설 작가인데요.

오늘 '탐구인' 에서는 제2회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중단편 대상 및 가작을 수상한 김초엽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이 자리에 나와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기 때문에 인터뷰를 조금 천천히 진행하겠습니다.

먼저, 한국과학문학상 수상하셨다고요, 축하드립니다. 수상 당시 '우아하고 아름다운 소설이다'라는 평을 들었다고요. 어떤 내용의 소설인지 궁금한데요.

[인터뷰]
네. 저는 중단편 부문에서 '관내분실'과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라는 소설로 상을 받았는데요. '관내분실'은 사후 마인드 업로딩이 보편화된 근미래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죽은 사람들의 기억을 보관하는 '마인드 도서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주인공 지민이 죽은 엄마를 만나러 도서관에 갔다가, 엄마의 마인드가 분실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돼요. 그래서 엄마가 왜,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 흔적을 추적해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마인드 도서관', 여기서 '마인드'란 기억을 의미하는 건가 봐요?

[인터뷰]
네, 좀 더 정확히 말씀드리면 죽은 사람의 기억을 모방하여, 그 사람의 자아를 가상현실에 구현해놓은 개념입니다.

[앵커]
잠깐 듣기만 해도 굉장히 흥미로워요, 저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작가님은 최근에 포스텍 대학원을 졸업한 연구자이기도 하잖아요. 그럼 소설 속에 등장한 '마인드 업로딩' 기술 말씀해주셨는데 실제 과학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반영된 기술인가요?

[인터뷰]
실제로 관내분실에서 등장하는 마인드 업로딩 기술 자체는 SF에서도 자주 다루어지는 내용인데요. 작중에서 과학적 디테일을 세심하게 묘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마인드 업로딩의 원리, 예를 들어 사후에 뇌의 단면들을 고해상도로 스캔해서 시뮬레이션하는 방식, 그리고 뇌의 시냅스 연결이 어떻게 기억과 자아를 반영하는지, 이런 점들을 뇌과학책이나 다양한 자료들을 조사해서 반영하려고 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우리가 흔히 보통 'SF소설', '공상과학소설' 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과학소설'이라는 의미가 잘 와닿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판타지소설'인가, '과학소설'의 개념도 설명해주세요.

[인터뷰]
많은 분이 알고 있는 '공상과학소설'이라는 말은 단어 자체가 잘못된 번역에 근거해있어요, 또 지나치게 상상력에만 초점을 찍는 측면이 있거든요.

저는 과학소설을 정의할 때 '과학적 사고방식'을 프레임으로 삼아서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펼쳐나가는 이야기라고 정의하고 싶은데요.

꼭 우주나 외계인을 다루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귀신이나 마법을 다루더라도 이것을 논리적으로 우리 우주의 물리법칙과 연관 지어 개연성을 부여할 수 있다면, SF로 속할 수 있다고 봐요.

만약 이 현상을 그냥 받아들이고, 굳이 어떤 자연법칙으로 설명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판타지로 분류되겠죠.

[앵커]
방금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용어도 잘못된 번역이라는 말씀하셨는데, 다시 한 번 정의 내려봤고요. 작가님은 과학소설과 관련해 강연도 자주 하시고요, 팟캐스트도 출연하셨더라고요.

과학소설의 특징·매력이라고 한다면 어떤 것들을 들 수 있을까요?

[인터뷰]
우리가 과학을 통해 얻는 경이감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드넓은 우주에 먼지 같은 푸른 점 지구, 또 최초의 RNA 분자로부터 지금의 인간이 되기까지의 긴 시간과 과정을 생각할 때 느끼는 경이감이 있어요.

저는 과학소설도 그런 종류의 경이감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인간을 둘러싼 한계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상상할 때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약 저 먼 우주의 어떤 외계인의 입장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같은 지구에 사는 사람들끼리는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열린 마음과 유연함, 다양성을 추구하는 것이 과학소설의 매력인 것 같아요.

[앵커]
사실 이 과학소설 안에서 우리의 미래를 점 쳐보는데 우리의 미래가 우울하게 그려지는 디스토피아가 추세였다면 작가님의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유토피아, 약간 밝은 분위기의 소설을 쓰신 거로 알고 있어요. 그 배경이 있나요?

[인터뷰]
저는 사실 미래 사회에 대해서 아주 낙관적이지는 않아요. 하지만 그런 낙관적인 세계를 자꾸 말하고,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비판하는 것에서 한 걸음 나아가서, 그러면 이 세계를 어떻게 더 나은 세계를 만들 것인가, 이 구조 속에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런 이야기를 쓰고 싶고요.

그때 한국과학문학상의 심사평에서 나온 말이 있는데, 그런 소재들은 저도 비판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미래 사회를 디스토피아로 묘사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요.

실제로 미래 사회가 소수자들에게 폭력적일 가능성도 저는 높다고 보고 있거든요. 하지만 그런 세계를 작가가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거나 오락적으로 서술하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말씀 듣다 보니까 과학소설에 대한 확실한 생각이 느껴지는데요. 지금 현재 한국과학소설 작가연대 활동을 하고 계시다고요, 아직은 국내에서 과학소설이 대중에게 친숙한 장르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거든요.

한국에서 과학소설이 발전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인터뷰]
제가 운영이사로 있는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가 지난 12월에 처음 출범했는데요. 과학소설과 같은 장르소설들이 문학계에서 주변화되어 왔고, 창작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어 왔다는 점에 문제 의식을 가지고 있었어요.

저희 단체에서도 과학소설의 저변 확대를 위해 작가 소개집 발간, 창작 워크샵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요.

단체 외적으로도 신진 작가들이 꾸준히 유입되고 또 창작을 지속할 수 있도록 공모전과 지면이 꾸준히 유지되는 등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앵커]
청각장애를 가지고 계시는데 이렇게 집필활동까지 하고 계시고 작가끼리 연대할 수 있게끔 힘을 보태는데도 영향을 끼치고 계시는데, 앞으로 집필계획도 궁금합니다.

[인터뷰]
네, 올해는 장편 집필에 도전해보려고 하는데요. 인간의 감정을 어떻게 과학적으로, 사회적으로 다룰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과학이 인류 지식의 경계를 넓혀가는 것처럼, 저는 과학소설이라는 도구를 통해 우리의 인식이 닿는 경계를 확장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앵커]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과학이라는 게 과학자들만의 특수한 영역이 아니라 문학적으로 이걸 해석해서 우리의 상상력을 계속 넓힐 수 있는 하나의 영역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김초엽 작가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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