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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과 전략의 한상차림…정상들의 식탁

■ 이혜리 / 과학뉴스팀 기자

[앵커]
음식에 담긴 재밌는 과학 이야기 듣는 시간입니다. '푸드 톡톡', 오늘도 스튜디오에 이혜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제가 궁금해서 이 기자가 준비하는 모습을 봤더니 오늘은 지난주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끼 식사'더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도대체 어떤 식사길래, 큰 관심을 끌었을까? '하실 텐데요.

바로 지난주 화요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빈 만찬을 함께했죠,

그래서 오늘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끈 이 한 끼 식사, '국빈 만찬'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기대됩니다. 음식이라는 것이 친근한 소재라서 그럴까요? 1박 2일의 트럼프 대통령 방한 일정 가운데 국빈 만찬에 대한 관심이 참 높았어요.

[기자]
맞습니다, 과연 한미 정상이 어떤 음식을 먹을까? 그 안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을까? 이런 궁금증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는데요.

우선 두 정상이 함께 나눈 만찬은 그 자체로 외교적 의미를 담고 있겠죠.

보통 우리도 흔히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해서 '밥 한번 먹자.' 이런 표현 많이 하잖아요.

[앵커]
그렇죠, 함께 식사한다는 건 친해지고 싶다는 뜻이기도 하고, 밥을 먹으면서 이야기가 좀 편하게 나오기도 하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먹는 것'은 사람의 기본 욕구 가운데 하나잖아요. 이런 기본적인 것을 함께 한다는 것에서보다 친밀감을 느끼게 되는데요.

또 음식을 소재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가면서 딱딱한 회담 자리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도 있고요.

그런 이유에서 만찬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잠시 전문가의 인터뷰 들어보시겠습니다.

[이동귀 /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외국 정상에게 만찬을 제공하는 것 그 자체가 신뢰와 환대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시하는 것이죠. 개인적인 유대감과 스킨십을 표현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유사성 효과라고 하는데요. 함께 경험할수록 대화의 화제가 풍성해지고 맞장구칠 확률도 높아져서 친밀감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실제로 만찬 분위기도 참 좋았다고 하죠?

[기자]
그렇습니다, 화면에서 보셨듯이 화기애애한 만찬 분위기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참고로 건배 모습에서 눈치채셨을 수 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술 대신 콜라가 든 잔을 들었습니다. 청와대는 국빈 만찬에서 건배 제의에 사용할 만찬주로 국내 중소기업에서 제조한 청주를 준비했는데요.

술을 멀리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술 대신 콜라로 잔을 채웠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청주는 예로부터 손님 대접에 쓰는 귀한 술로 알려졌는데요, 우리의 전통 청주 맛을 못 보고 돌아가는 점은 좀 아쉽네요.

만찬주를 포함해서 국빈 만찬 메뉴가 공개됐는데, 눈길을 끄는 점들이 몇 가지 있더라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우선 옥수수죽을 올린 구황작물 소반이 있었죠. 소반, 즉 '에피타이저'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에 동국장 맑은국을 곁들인 거제도 가자미구이, 360년 씨간장으로 만든 소스의 한우 갈비구이와 독도 새우 잡채를 올린 송이돌솥밥 반상, 즉 한상차림이 있었고요.

그리고 디저트까지 구성됐습니다. 그야말로, 한식의 품격을 높인 메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앵커]
메뉴를 저도 봤는데, 우리 음식인데도 몇몇 낯선 단어들이 있어요.

우선 '동국장'이 눈에 들어오는데, 이건 어떤 건가요?

[기자]
동국장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이라고도 알려졌습니다. 과거 중국이 '동이족'이라고 칭했던, 즉 동북 지역에서 살던 우리 조상들이 만들어 먹던 장을 의미하는 말인데요. 그만큼 우리 장맛은 과거부터 유명했던 거죠,

삼한 사온과 햇볕이 따뜻해서 장을 숙성시키기에 좋은 기후 조건으로 인해 우리의 장맛은 그 옛날에도 국제적인 인정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앵커]
그런 동국장이 이번 국빈 만찬에 사용된 거잖아요.

[기자]
그렇습니다. 동국장은 간장과 만드는 법에서 큰 차이를 나타내는데요. 보통 간장과 된장을 만들 때는 잘 말린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발효하잖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메주와 소금물이 발효되면서 간장이 되고, 거기서 건진 메주를 간장과 분리해서 된장으로 사용하는데요.

그런데 동국장은 간장과 된장을 분리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앵커]
아 그러면 간장과 된장을 섞어 사용하는 건가요?

[기자]
엄밀히 말하면 섞는 건 아니고요, 소금물에 넣은 메주가 발효됐을 때, '용수'라고 하는, 동그랗고 긴 도구를 항아리 안에 넣는데, 이때 이 용수 안에 고인 물을 '간장'으로 쓰고 밖에 있는 걸쭉한 장은 된장으로 쓰는 겁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된장과 간장이 섞이면서 걸쭉한 형태가 되는데요. 또 일반적으로 간장은 오래 두고 먹기 위해서 끓이는데, 동국장은 끓이지 않아요.

그래서 '생장'이라고도 하는데요, 끓이는 과정이 생략되면서 동국장 내에는 몸에 좋은 미생물이 많이 살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가 실제로 맛을 보니까 간장, 된장 맛이 느껴졌고 시골에서 먹던 전통 장맛이라고 할까요? 그러면서 특유의 발효된 음식에서 나는 향이 느껴졌습니다.

이번 만찬에 쓰인 동국장을 만든 명인의 말, 직접 들어보시죠.

[한안자 / 대한민국 식품명인 40호·동국장 명인 : 동국장이 이번에 (청와대 국빈 만찬 재료로) 채택됐다고 문자가 왔는데 (동국장은) 다른 간장 된장에서 날 수 없는 향기가 나고 감칠맛이 그렇게 날 수가 없고, 물을 희석해서 국을 끓이는 농도에 따라서 천차만별 차이가 난다는 겁니다.]

[앵커]
동국장 만큼이나 구수한 사투리로 얘기해 주셨는데, '장인의 포스'가 느껴집니다. 국빈 만찬 재료로 채택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기분 좋으셨을 것 같네요.

[기자]
네, 이미 청와대에서 많이 쓰던 장이라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자부심이 정말 대단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동국장 외에도 씨간장, 이건 어떤 간장인지 궁금한데요.

[기자]
이번에 쓰인 씨간장, 무려 360년이나 된 건데요. 어떻게 간장이 360년이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서 360년 전에 선조들이 만든 간장이 있다고 하면, 그 간장을 사용하면서 조금씩 양이 줄겠죠,

[앵커]
그러니까요, 360년 전에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간장을 만들진 않았을 거 아니에요.

[기자]
그렇죠, 그래서 씨간장에 비교적 최근에 만든 새 간장을 섞어서 다시 숙성시키는데요. 새로운 간장을 반복해서 조금씩 첨가하는 과정을 통해서 씨간장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360년 전에 만든 간장 안에 있던 특유의 균이 계속 번식하기 때문에 전통의 그 맛도 유지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리 새 간장을 첨가한다고 해도 씨간장 양 자체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아주 소량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귀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앵커]
시간의 무게만큼 정성이 켜켜이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었군요.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번 만찬에서 가장 이슈가 됐던 식재료도 있죠?

[기자]
네, 바로 '독도 새우'인데요. 일본은 공식적인 반찬에 독도 새우를 올린 것에 대해 불편함을 드러냈기도 했죠.

'독도 새우'는 독도 주변에서 잡히는 새우를 일컫는 말로, '산지'를 강조한 표현입니다. 흔히 독도에서 잡히는 새우는 꽃새우, 닭새우, 도화새우 이렇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요.

이번에 만찬 식탁에 오른 독도 새우는 이 중에서 '도화새우'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앵커]
도화새우, 이름도 참 예쁘네요. 이름에 담긴 뜻이 있나요?

[기자]
도화는 '복숭아 꽃'이란 뜻인데요. 도화 새우가 실제로 복숭아 꽃 같은 고운 빛깔을 자랑합니다.

또 동해 150~200m 깊이의 심해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육질이 차지고 지방이 많아 고소한 맛도 일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랍스터를 좋아한다고 알려졌는데, 아마도 이 만찬에서 먹은 독도 새우의 매력에 빠지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앵커]
저는 먹어보질 않아서 맛이 궁금하네요.

[기자]
굉장히 고가로 알려져 있는데 꽃새우, 닭새우는 파는 곳이 있습니다. 생으로 먹었을 때 달콤한 맛이 인상적입니다.

[앵커]
일반 새우보다 통통한 느낌도 있고요?

[기자]
네 크기도 더 큽니다.

[앵커]
그렇군요. 맛도 좋았겠지만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것을 음식으로 말하는, 참 세련된 외교를 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만찬 메뉴로 심기가 불편한 나라도 있을 것 같긴 합니다만. 오늘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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